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사천의 가을 길에서 만난 '느림의 미학'

이글은 오마이뉴스 2911-10-14일자 기사 '사천의 가을 길에서 만난 '느림의 미학''을 퍼왔습니다.
[사진] 황금 들녘, 억새 가득한 경남 사천의 가을 풍경

▲ 억새와 황금 들녘 진삼선 기찻길이었던 국도 3호선 너머 보이는 가을 풍경 ⓒ 윤병렬
번잡한 곳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주변 풍광 감상하며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황금 들녘, 억새 가득한 가을 풍경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은 어딜까?

▲ 억새와 길 짙푸른 가을 하늘과 황금 들녘, 억새가 한데 어우러진 시골길 ⓒ 윤병렬
시끌벅적함보다 조용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아름다운 경남 사천의 풍경을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낄 수 있는' 곳들입니다.

옛날 진주, 삼천포 사이 철도가 오가던 곳엔 지금 쭉 뻗은 3호선 국도가 나있습니다. 진삼선 철도는 진주 개양역에서 삼천포역까지 55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개양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삐익 빠앙 칙칙폭폭 기적소리 울리며 사천역을 거쳐 선진, 죽림역을 지나 삼천포역에 다다라 엔진 소리를 멈춥니다. 금문역, 노룡역은 간이역이었습니다. 물론 3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 사천시 용현면 주문리 들과 산, 바다, 하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 윤병렬
진삼선 열차 타고 학교로, 장터로, 일터로 나가던 사람들 모습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열차가 달려가던 그 추억 어린 길은 사라지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빠르게 내달리는 차들 소리만 요란합니다. 그래도 도로 너머 보이는 들녘 풍경은 여전합니다. 논과 밭이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고 멋진 풍광을 자아냅니다.

▲ 사천시 용현면 금문리 하루 두번 갯벌로 드러나는 종포 갯벌 바닷가 ⓒ 윤병렬
마치 유럽의 어느 바닷가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사이로 황금 들녘도 보입니다. 종포 앞바다는 하루 두 번 갯벌로 변합니다. 종포 갯벌은 동네 사람들에게 '종합사회복지관' 역할을 합니다. 사시사철 풍부한 해산물을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굴도 따고, 쏙도 잡고, 바지락도 잡습니다. 천연기념물 원앙, 검은머리물떼새 같은 귀한 새들도 볼 수 있습니다. 봄 가을엔 도요새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 사천시 용현면 주문리 황금 들녘 수확을 앞 둔 황금 들녘 ⓒ 윤병렬
진삼선 철도가 지나는 길이 있을 때는 간이역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디쯤 있었을까 짐작만 해봅니다. 멀리 각산이 보이고 남해 설천도 보입니다. 바다 건너 아스라히 보이는 산은 남해섬을 대표하는 산, 비단을 두른 것 같은 금산입니다. 주문리 황금 들녘은 봄엔 초록빛, 가을엔 황금빛, 겨울에는 무채색이 되기도 합니다. 계절따라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 금문리 황금 들녘입니다.

▲ 종포 바닷가 코스모스 길 종포 바닷가 풍경 ⓒ 윤병렬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종포 바닷가로 나가면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꽃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종포 해안도로의 코스모스 꽃길입니다. 뿅뿅뿅 청아하게 울리는 도요물떼새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종포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와룡산, 각산, 남해 금산, 망운산,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 사천의 이명산, 봉명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 삼천포 각산에서 바라본 사천 평야 사천만과 사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 윤병렬
삼천포 각산을 오르며 바라본 사천 들판입니다. 아주 먼 옛날 와룡산에서 흘러내려온 토사가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들판이라고 합니다. 육지에서 흘러내린 미세한 흙들은 바다를 만나 갯벌이 되었습니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갯벌이 별개의 몸이 아닌 한 몸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멀리 광포만도 보이고, 사천대교도 보입니다.

▲ 각산에서 바라본 남양동과 와룡산 사천시의 상징 와룡산입니다. ⓒ 윤병렬
각산에서 바라본 사천시 남양동과 와룡산입니다. 저수지도 보이고, 들판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아웅다웅 다투다 보면 사는 것이 비극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는 것처럼….

▲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 풍경 반짝반짝 빛나는 물별이 보입니다. ⓒ 윤병렬
"잔잔한 호수 같다."

사천만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입니다. 사진은 각산에서 남해대교 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반짝이는 물별 위로 요트에 몸을 싣고 한가로이 여가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요트 뒤로는 조선소에서 생산한 철 구조물을 싣고 큰 바다로 향하는 바지선이 지나갑니다.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빨간 지붕, 하얀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룹니다. 서포면 조도리 조도마을입니다. 참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야트막한 산 아래 남쪽으로 창을 낸 시골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추 농사는 풍년인 듯합니다.


▲ 사천시 서포면 조도리 조도 양달길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 풍경이 정겹다. ⓒ 윤병렬
사천만에서 광포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가운데 띠섬이 있고, 띠섬 너머 곤양면 중항리가 있습니다. 멀리 빨갛게 보이는 철 구조물은 조선소 크레인 입니다. 밤도 익어갑니다. 감도 익어갑니다. 고구마는 캘 때가 다 되었습니다. 들판의 곡식들도 하루가 다르게 익어갑니다.

▲ 시골 농로길 도시로 향하는 시골길입니다. ⓒ 윤병렬
어딜 가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는 풍요로운 가을입니다. 종포 바닷가에서 사천시청 가는 방향으로 나 있는 농로입니다. 가운데 서 있는 수양버들 뒤로 사천시청 건물이 보입니다. 코스모스 꽃길이 한층 운치를 더해줍니다. 자전거 타고 느릿느릿 달리기에 좋은 길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고들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바라보는 마음이 아름다우면 모든 풍경도 아름답게 보이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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