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이러시면 코스모스가 아파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사진마을 곽기자의 사진이야기 2011-10-11일자 기사 '이러시면 코스모스가 아파요'를 퍼왔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꽃밭 들어가 사진 찍는, 꽃보다 못한 사람 

10일 구리한강시민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선 7일부터 10일까지 가 열렸습니다.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축제기간은 끝났지만 여전히 꽃은 만개해있으니 가을과 코스모스를 감상하러 가셔도 좋겠습니다. 경기관광공사 추천 '올 가을 가볼만한 3대축제'에 선정되는 등 해가 거듭할수록 구리의 코스모스는 유명해지고 있으며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볼거리가 많아지는 곳에 사람이 많아지면 여러가지 폐단이 따라다닙니다. 우선 먹거리가 있어야 하니 장터가 크게 생깁니다.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장터는 한쪽에다 몰아두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질서의식이었습니다. 질서란 단어에선 어쩐지 인위적인 느낌이 들므로 저도 그다지 탐탁치않게 생각합니다.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꽃구경을 하러 오신 분들이 꽃을 밟고 다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만 꽃을 즐기면 된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사진 함 볼까요?


꽃밭에 앉아~  

두 여인이 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습니다. 너무 멋있어 보이는지 왼쪽에 있던 한 분도 동참합니다.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립니다. 구리시에서 파견한 분들이 꽃밭 울타리를 넘지 마라고, 빨리 나오시라고 호루라기를 붑니다.
그러나 잠깐만 기다리라고 손짓을 하는 광경입니다. 그러곤 여전히 사진촬영에 몰두합니다.

사진을 찍고 나면 나옵니다. 오래 있을리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 코스모스는 쓰러집니다.

바로 옆에서 단속하는 분이 제지하는데도 그냥 사진을 찍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울타리를 건너옵니다. 보기 좋습니까?

아이들은 어른을 따라합니다. 어른들이 들어가니 아이들은 괜찮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애들은 사실 큰 잘못이 없습니다.

어쨌든 이제 코스모스밭 이곳저곳에는 이런 도로가 생겼습니다. 맨 처음 여길 들어간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나 하나 쯤은 괜찮다"고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첫 사람이 들어갔을땐 별로 상처가 나지 않았겠죠.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맨 먼저
들어간 사람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스모스 축제는 끝났지만 구리시민공원을 찾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밟지 맙시다.
꽃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곽윤섭 기자 kwak1027@han.co.kr @kwakclinic



여기서 한 장 더!  여기 이분들은 지금 꽃밭 안에 있을까요? 아닐까요? 이분들은 꽃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울타리 바깥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망원렌즈의 도움을 받긴했지만 잘 찍으면 꽃을 밟지 않고도 꽃밭속처럼 찍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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