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사설]엉터리 실업 통계로 무슨 대책을 세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7일자 사설 '엉터리 실업 통계로 무슨 대책을 세우나'를 퍼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노동기구(ILO) 방식으로 청년층 잠재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4배나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엉터리라니 놀랍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통계를 토대로 고용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도 한심하다.

KDI가 내놓은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20대 청년층 1200명을 표본으로 잠재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현행 조사 방식으로는 4.8%였지만 대안적 방식으로는 21.2%로 나타났다. 대안적 방식이란 ILO 표준설문 방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조사하는 실업률 방식도 ILO 기준을 준용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 나머지 취업과 실업, 실업과 비경제활동 상태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현행 조사 방식은 시간제나 일용직으로 불완전고용 상태에서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을 다니거나 혼자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 ‘쉬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 등을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켜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어 ‘잠재실업’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 취업준비생만 62만5000명으로 청년실업자의 2배에 이르는 실정이다. 특히 취업희망 여부 등 주관적 판단을 묻는 설문 방식에 문제가 있어 현실을 반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통계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되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착시 현상을 가져와 정책방향을 엉뚱한 쪽으로 이끌 수 있다. 최근 발표된 9월 실업률 3.0%는 교과서대로라면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것이 된다. 청년백수가 넘쳐나는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청년실업률은 6.3%에 그친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 상황과 너무 괴리가 크다. 63% 수준인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를 함께 놓고 보면 정부 통계를 불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입만 열면 고용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외치고 걸핏하면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초 통계부터 잘못돼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실업률 통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책연구기관이 나서서 검증할 때까지 정부는 엉터리 통계를 고집하고 있다.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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