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2일 토요일

[사설] 나경원 후보의 고급 피부관리 논란과 공인의 자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1일자 사설 '나경원,피부관리,공인정치인,연회비,서울시장,강남,민생고,학교법인,'을 퍼왔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강남 청담동의 고급 피부클리닉에 출입해온 사실이 논란을 빚고 있다. 한 시사주간지는 이곳이 1인당 연회비 1억원짜리 호화시설이라고 보도했다. 클리닉 원장은 취재진에게 ‘연회비 1억원’은 부인하면서도 최정상급 여배우 ㄱ아무개씨 등 유명 연예인과 재벌집 여성들이 주요 고객임을 확인했다. 재력가인 오세훈 전임 시장도 이곳에서 피부 시술을 받아왔다고 했다. 나 후보가 다닌 곳이, 서민 여성들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꽤 고급시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다수 서민들로선 나 후보의 이런 행태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민들과 고락을 함께하겠다는 정치인으로서의 평소 다짐과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도 피부관리 업체는 차고 넘친다. 그런 곳을 제쳐두고 나 후보가 강남의 특별한 시설만 찾은 이유는 뭔가. 나 후보는 언론보도가 과장되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언론을 탓하기에 앞서, 나 후보는 그 청담동 업체를 앞으로도 이용할 만큼 떳떳하다는 것인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재력가인 나 후보가 제 돈을 내고 고급 클리닉을 이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보통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을 하겠다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물론, 서민 수준으로 생활을 끌어내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평소 주장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삼가는 자세가 정치인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의 눈을 피해 강남의 고급 피부클리닉을 출입해온 사람이 서민의 민생고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하면 누가 그 주장을 믿어주겠는가.
공적 영역을 이끌고자 하는 사람한테는 어느 정도의 희생과 절제, 그리고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집안 여건이 좋거나 돈이 있으니 누릴 수 있는 것은 빠짐없이 누리고, 나아가 고위 공직마저 거머쥐겠다고 하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나 후보가 최소한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부터는 부친 소유 학교법인의 이사 자격을 사임해야 옳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우리 사회에서 공적 영역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관한 기준이 흔들리는 게 문제인터다. 지금 특정 후보의 유불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청담동 피부클리닉 시비는 훨씬 심각한 차원에서 여론을 환기할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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