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사설] 흑색선전의 최선봉에 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0일자 사설 '[사설] 흑색선전의 최선봉에 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퍼왔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거친 입과 좌충우돌식 돌출 언행은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돈키호테, 럭비공, 독불장군 등의 아름답지 못한 별명이 늘 따라다닌다. 그의 신중치 못한 언행은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된 뒤에도 변함이 없다. 삼화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와 관련한 질문을 한 취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 있다”는 폭언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홍 대표의 막가파식 발언은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어제 최고위원회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아름다운 재단이 2008년 촛불사태를 주도했던 좌파시민단체에 지원한 돈이 50억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런 주장은 이미 선거전 초반에 제기됐다가 재단 쪽이 내놓은 회계자료 등을 통해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난 상태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 대표가 철 지난 레퍼토리를 다시 들고나와 무책임한 흑색선전을 펼친 것이다. 홍 대표는 엊그제에도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탈취해 갔다”고 막말을 하는 등 좌충우돌식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홍 대표에게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정치생명이 걸린 절박한 문제다.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주민투표율이 25.7%로 나온 것을 두고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말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것은 그의 난감한 처지를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집권 여당의 대표가 흑색선전의 최선봉에 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홍 대표의 모습에서는 여당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나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여당 대표의 막가파식 행동은 우리 정치문화를 더욱 후퇴시키고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을 부추길 뿐이다. 홍 대표는 야권 후보를 공격하기 전에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나경원 후보를 향해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고 비하한 것부터 해명하는 것이 순서다.
여당 대표가 되기 전 홍 대표의 언행에는 엉뚱함 속에서도 비주류로서의 건강한 면모도 적지 않았다. 홍 대표 스스로 자신을 “시대정신을 아는 돈키호테”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된 뒤에는 그런 건강함마저 잃어버렸다. 요즘 하는 모양을 보면 오히려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돈키호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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