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사설] 법원의 김성수씨 친일행위 인정은 당연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0일자 사설 '[사설] 법원의 김성수씨 친일행위 인정은 당연하다'를 퍼왔습니다.
동아일보 창업자 김성수씨의 친일반민족행위가 어제 법원에 의해서도 인정됐다. 김씨의 후손이 정부를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일제가 김씨를 강제동원했다거나, 징병·학병 선전선동 사실이 왜곡됐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황민화 활동의 근거가 불충분했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친일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을 대부분 수용했다.
사실 김씨의 친일 문제는 법적인 판단을 구할 일도 아니었다. 후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대동아전쟁기 그의 친일 행위는 너무나 자명했다. 그는 1938년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의 발기인 및 이사로 참여한 이후,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흥아보국단 결성, 임전보국단 감사로 활동하는 등 일제의 대동아전쟁 총력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무엇보다 우리 젊은이들을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몬 것은 씻을 수 없는 반민족적 범죄 행위였다. 그는 1943년부터 에 ‘문약의 기질을 버리고 상무의 정신을 찬양하라’는 논설을 쓴 것을 비롯해 ‘대의에 죽을 때 황민됨의 책무는 크다’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라는 글과 담화를 발표하는 등 참전 선동에 앞장섰다. 전쟁 전 3·1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중앙학원, 보성전문학교 등을 통해 육영활동을 하긴 했지만, 그것이 이런 반민족 행위를 덮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그런 김씨의 친일 여부를 다투는 건 김씨를 두 번, 세 번 욕보이는 일이다. 그나마 그의 명예를 지키려 한다면, 잘잘못을 분명히 해 잘못은 사과하고, 잘한 점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보수·우익을 표방하면서, 동족을 침략자의 총알받이로 내몬 일까지 미화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짓이다. 법원은 이미 조선일보 창업자 방응모씨에 대해서도 친일반민족행위를 인정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과 처분은 단지 개인을 단죄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의 정기를 바르게 세우고, 시비를 분명히 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압력에 굴하거나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선 안 된다. 정부는 이제 김씨의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 문제를 질질 끌지 말고 즉각 매듭지어야 한다. 후손들도 이를 훼방해선 안 된다. 고려대 옆 길을 인촌로로 지명 변경한 것도 원상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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