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사설] 경찰의 ‘나꼼수’ 수사를 경계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8일자 사설 '경찰의 ‘나꼼수’ 수사를 경계한다'를 퍼왔습니다.
경찰이 인터넷방송 (나꼼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과정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에 다닌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낸 것을 나 후보 쪽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선거 과정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 행위는 추방돼야 마땅하다. 선거 풍토를 혼탁하게 하는 흑색선전은 선거가 끝나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내릴 필요도 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기간 중의 다툼을 무작정 수사기관으로 끌고 가는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고소·고발전의 난무는 낙후된 우리 정치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나 후보 쪽의 나꼼수 고발은 여러 면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우선 나 후보가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에 다녔다는 방송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되는지부터 의심스럽다. 나 후보 자신도 이 피부클리닉에 다닌 사실은 인정했다. 심지어 인터뷰에서는 “시장이 된다면 피부관리 클리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가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돼 있다. 나 후보 쪽은 자신이 연회비 1억원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허위사실 유포를 주장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가 ‘연회비 1억원짜리 호화 피부클리닉에 다닐 정도로 서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아왔다’는 본질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것이다.
나 후보가 많은 언론 중에 나꼼수를 표적으로 삼은 것도 의아스럽다. 나 후보의 호화 피부클리닉 이용 사실을 본격적으로 보도한 것은 시사주간지 이었다. 의 보도에 근거해 수많은 언론들이 나 후보의 피부클리닉 이용 사실을 보도하고 비판했는데 하필이면 나꼼수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나 후보의 나꼼수 고발과 경찰의 발 빠른 수사 착수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부여당이 평소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나꼼수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기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스마트폰 앱 심의 전담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나꼼수를 비롯한 팟캐스트, 소셜네트워크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경찰이 만약 정부여당 입맛에 맞춰 나꼼수를 죽이려는 ‘꼼수’를 부릴 경우 거센 후폭풍을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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