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우리는 더 많은 투명성을 원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10-23일자 기사 '우리는 더 많은 투명성을 원한다'를 퍼왔습니다.

▲ <투명성의 시대> 책표지. ⓒ 샘터
"우리는 정부를 공개한다(We open governments)."   지난해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위키리크스가 내건 구호다. 위키리크스는 자신들의 구호처럼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굵직굵직한 치부를 거침없이 폭로하며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케이블 게이트'로 명명된 미 국무부 외교문서 폭로는 그 정점이었다.
각국 정부는 위키리크스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위키리크스를 옹호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알 권리와 국가 안보, 표현의 자유 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미국의 정치 운동가인 미카 시프리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보며 이제 '투명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정보를 자유로이 유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권력 기관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를 통해 위키리크스를 비롯한 전 세계의 투명성 운동을 살펴보고 투명성 운동의 장래를 탐색한다. 위키리크스를 위한 변명저자는 「저자의 말」에서 '이 책은 위키리크스를 주제로 한 논문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많은 독자가 가장 관심 있게 읽는 대목은 위키리크스와 관련한 대목일 것이다. 속의 위키리크스에 대한 비판과 반론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외교문서 폭로 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위키리크스와 그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은 "어산지는 적군으로 간주해야 하고, 위키리크스는 영구히 단호히 폐쇄되어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민주당 정치 컨설턴트인 밥 벡켈은 "어산지는 반역자다. 난 사형 제도를 찬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를 죽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불법적으로 이 개xx를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어산지가 "국가들 사이의 평화로운 관계를 고의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폭로는 "미국을 겨냥한 공격이자 동시에 국제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선언했다.그러나 정부에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 중에도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었다. 국무부는 위키리크스의 폭로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다고 공식 인정했다. 국무부 대변인 P.J. 크로울리는 2011년 1월 11일 '정치학과 미디어' 세미나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는 그들의 폭로 때문에 생명을 잃은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그의 주장은 사실이나 그것이 폭로문건이 미치는 영향의 유일한 측정 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전 국방장관이자 힐러리 클린턴의 절친한 정치 협력자인 로버트 게이츠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비판이 과장된 것이라 지적한다.지금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들이 우리의 외교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멜트다운'이나 '판도 변화' 등으로 묘사되는 걸 들었다. 나는 그러한 묘사는 정말로 심각할 정도로 과장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하버드 법대 교수이자 후버 연구소의 국가보안법 대책 위원회 위원인 잭 골드스미스 역시 위키리크스에 대한 공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에서 저자 밥 우드워드는 분명히 오바마 정부의 많은 고위 관리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일급 비밀 프로그램, 암호명, 문건, 회의 등에 대한 많은 세부 내용을 폭로했다. 나는 고위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비밀 분류 구정을 어기고, 아무 권한도 없이 일급비밀 정보를 기회주의적으로 누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위키리크스를 직접 겨냥해 내뿜고 있는 분노를 이해하느라 애먹고 있다."물론 이 정도로 위키리크스에 대한 논란을 마무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본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공격은 마치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을 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주장과 비슷한 수준의 것이며, 위키리크스가 가져다준 이득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단히 편향적이다. 기업의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저자는 위키리크스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의 폴리티카, 케냐의 엠잘렌도, 인도의 아이페이드어브라이브, 위키크라임스 등 세계의 다양한 투명성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책은 이미 여러 권 나왔지만, 가 이러한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다.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주로 정부의 투명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6장 전체를 정부의 투명성 논의에 할애하고 있고, 이 책이 다루는 대부분의 투명성 운동은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운동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경을 뛰어넘는 다국적 기업은 정부 못지않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기업의 투명성은 정부의 투명성에 뒤지지 않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 미국 7대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나 회계상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파산한 엔론 등 기업의 투명성과 관련된 사례에 지면을 할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 기업의 투명성과도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기는 하다. 월가 구제금융과 관련한 투명성 운동이다. 2008년 9월 29일 미국 하원이 구제금융법 내용을 게재했을 때, 사람들은 법안 내용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하원 수석행정관이 "우리는 2004년에 9.11 사태 최종 보고서가 게재된 이후 이와 같은 관심을 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사람들은 법안 내용을 놓고 토론했다. 어떤 블로거들은 법안에서 과도한 선심성 내용을 찾아냈고, 또 다른 블로거들은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선거 자금을 댄 사람들이 누군지 분석한 후 월가의 기부금이 표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관심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은행 위기 도중 구제금융 받은 곳을 구체적으로 밝히게 하는 새로운 법안을 채택하게 했다. 은 사설을 통해 연준리의 새로운 투명성을 칭찬했다.예를 들어 우리는 월가 은행들이 은행이나 연준리가 당초 광고했던 것보다 수십 억 달러의 지원금을 더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골드만삭스는 프라이머리 딜러 대출 프로그램을 85차례나 이용해서 약 6000억 달러를 받아냈다. 워싱턴에서조차 그것은 아직까지 엄청난 액수의 돈이다. 모건스탠리는 2008년 3월부터 똑같은 초단기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212차례에 걸쳐 자금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뉴스는 두 은행 중 누구도 연준리의 돈이 없어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나는 여기서 최근 전 세계 1,500여 개 도시로 확산한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Street)' 운동을 떠올린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금융자본의 탐욕을 비판하는데, 2008년의 투명성 운동과 같은 운동이 진작부터 활발하게 일어나 연준리와 월가 금융자본의 활동을 감시했다면 사태는 조금 다른 국면으로 진행됐을지 모른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명성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더 많은 투명성을!투명성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와 기업, 혹은 그 외의 어떤 조직이 저지르는 비리와 부패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카 시프리의 말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이 하는 일이 언젠가는 유출 내지는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들의 행동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투명성 운동은 또한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대한 도전이다. 지금은 권력자들만 소유하고 있는 정보를 시민의 품으로 가져오는 정보 민주화 운동이고, 시민이 정보를 바탕으로 권력자들의 행동을 일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운동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그것은 또한 선출된 대표들과 정부 기관들이 문제 해결에 함께할 네트워크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시민과 협력하는 새로운 종류의 참여적·협력적 정부를 만드는 기틀이 될 수 있다."그래서 투명성 운동은 곧 민주화 운동이다. 베일 뒤에 가려진 권력자들의 탐욕과 부패를 밝히는 것은 시민이 공적 생활의 주인이 되는 것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숨겨진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방관자에서 깨어 있는 시민으로 변해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투명성 운동이다.  2011.10.23 14:43 ⓒ 2011 OhmyNews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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