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0-28일자 기사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긴급 대응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세계경제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의 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유로국가들이 유럽금융안정화기금을 1조 유로로 확대하여 급한 불을 끌 계획을 확정했다. 또 민간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는 그리스 채권에 대해 50% 손실률을 받아들여 그리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에 불과하고 돈을 어디서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 없다. 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다른 나라들의 재정도 문제이므로 이것으로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해소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경제의 사정도 계속 좋지 않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며 기업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을 먹여 살리는 주된 산업인 금융산업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몇 개월 내에 뱅크어브아메리카의 3만 명을 비롯해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득도 큰 비율로 줄고 있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사이에 중간소득자의 실질 연소득은 6.7%가 줄어들어 49,909달러가 되었다. 2007∼2009년 사이에 줄어든 것을 합하면 9.9%에 달한다. 5년 사이에 소득이 무려 근 10%나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세계경제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경제의 동력인 내수가 죽게 되고 미국의 과소비에 주로 의존해 온 세계경제가 함께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까지 현 상황을 '긴급사태'로 선언했을 정도이다.

세계경제가 이렇게 불안하니 우리나라의 환율도,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제경제 뉴스에 따라 일희일비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진폭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크다. 우리경제가 대외여건에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태평하기 짝이 없다. 4대강 사업이나 한미FTA의 홍보에나 열을 올릴 뿐 도대체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거의 레임덕의 대통령은 쓸데없이 미국에 가서 아부성 발언이나 하며 미국 국회의원들의 박수 받는 일이나 즐기고 있다.



▲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요번에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국의회가 이명박 대통령을 크게 환대한 것은 한미FTA 비준을 요청하기 위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로이터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 경제가 또 한 차례 큰 파국을 겪을 것은 뻔하다. 정부당국은 빨리 제대로 긴급대응팀을 꾸리고 비상계획 매뉴얼을 가동하여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여야정치권은 이에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내년 선거들을 앞두고 있지만 작은 이해관계를 놓고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대국을 생각해야 한다.

외환과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을 방벽을 쌓아야 한다

1998년과 2008년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는 한국에 두 번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다가왔다. 한국인들은 두 번 다 국가부도 사태의 악몽을 꿔야 했다. 그리고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외국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며 야기된 외환위기가 곧바로 금융위기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두 번 다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얼마 전 그리스사태 때도 갑자기 유럽자금이 빠져나가며 달러가 근 1200원까지 올라갔다. 한 달 만에 원달러환율이 9.3%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엔화는 0.1% 하락, 위안화는 오히려 0.1% 상승했다. 외환시장이 불안하자 2100대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순식간에 1600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위기가 본격화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8월 말 현재 외국인인 증권투자 잔액은 350조 원 규모이다. 또 금융기관의 단기 차입금은 1015억 달러이다. 반면 외환보유액는 30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한데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 등에 투자되어 실제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1000억 달러 수준이다.


▲ 2008년 11월의 금융위기 당시 폭등한 달러화 ⓒ연합

그러니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원달러환율 3000원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이번에 닥쳐올 위기는 지난 두 번의 위기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심도도 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올 일은 뻔하다. 외국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위기는 현재 과도한 외채를 지고 있는 은행들을 부도위기로 몰 것이고 이는 전반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수많은 기업이나 과도한 빚을 진 가계들이 파산하며 한국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선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의 달러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 또 그것으로도 부족하니 다른 나라들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일본과 700억 달러 규모의 1년 짜리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고, 중국과도 38조 원(560억 달러 상당) 규모의 3년 기한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다. 2008년에는 미국이 300억 달러만큼 통화스와프를 해 주었는데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이번에는 최소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의 잔액만큼 통화스와프를 해주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외환위기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또 증권, 채권, 부동산 등 거의가 투기적 부문에 투자되어 있는 외국자본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불필요한 투기적 자본에게까지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 또 대부분 외국자본 지배하에 있는 국내은행들이 지나친 단기외채를 들여와 금융 불안을 키우는 일도 막아야 한다.

토빈세 같은 거래세를 도입하든지 자본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법제화하여 지금처럼 외국자본이 제멋대로 드나드는 것을 어느 정도는 방지해야 한다. 재정부 차관은 작년에 '외국인 자본의 유출입 규제는 구체적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내년까지 넘어가는 등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면서도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나친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재 9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금융이 불안정해지면 한국경제를 무너뜨릴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단기외채와 연동되어 있으므로 더 위험하다.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리를 점차적으로 올려 가계가 부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미FTA를 중단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해야 한다

세계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 국제무역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모든 나라 사람들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국은 자국의 경상수지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환율을 낮추고 관세를 인상하여 무역흑자를 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무역전쟁이 그 귀결이다.

그러니 작년의 무역의존도가 GDP의 88%로 거의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수출만 제대로 안 되면 한국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받든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의 수출 증가율이 20.9%이나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좋게 본 것이고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이 사라지고 있으므로 수출이 급속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권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목을 매고 있다. 미국과의 FTA를 '경제동맹'이라고까지 과장하며 그 체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또 호주와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세계 3위의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등 장밋빛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 마치 FTA를 우리 경제의 만병통치약인 듯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과 FTA를 맺으면 우리경제에 큰 도움이 될까? 자동차나 기타 공산품 수출이 약간 더 늘지 모르나 그것도 별것이 없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이미 매우 낮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인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우리 공산품 수출은 줄면 줄었지 더 늘리기도 어렵다.


▲ 2011년 6월, 울산의 수출 선적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파이낸셜뉴스

반면 우리는 농산물과 서비스라는 확실한 시장을 대거 내주어야 한다. 특히 농산물 관세는 119.8%에 달하니 이 보호막이 없어지면 한국 농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되어 있다. 누가 봐도 한국에게 불리하면 불리했지 이익이 되지 않는 협정이다. 국내적으로도 일부 재벌대기업은 잘하면 이익을 보겠으나 많은 국민들은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해악이 되는 협정을 투자자-국가제소제 같은 불리한 조항과 함께 국내법을 미국법에 예속시키면서까지 타결시키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저의일까?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조차 없는 태도이다. 이명박 정권의 애국심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은 이제야 한미FTA를 막기로 당론을 정한 모양이다. 한미FTA 비준안을 단호한 태도로 저지하여 국민들이 두고두고 피해를 입는 일을 미리 막아야 할 것이다.

이제 자유무역시대는 저물고 보호무역시대가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출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 온 한국인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철지난 FTA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새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하여 살아남을까를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상황에서 한국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중심을 수출 위주에서 내수확대로 중점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오랫동안 수출경제에 매달려 왔으나 수출확대의 한계뿐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서의 수출의 역할도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통해 얻는 부가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1000원을 수출하면 2005년에는 383원이 밖으로 빠져나갔으나 2006년에는 391원, 2007년에는 400원, 2008년에는 467원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원자잿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출급증에 따른 고성장에 집착해 왔으나 이미 한국은 고성장이 불가능한 시기에 진입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이후 세계 평균보다 낮아졌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12년 4.2%, 2013년 4.2%. 2014년 4.0%, 2015년 4.0%, 2016년 4.1%로 보고 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0.3%에서 0.7% 정도 낮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도 과대평가된 것이다. 올해 들어와 경제성장률은 이미 3%대로 떨어졌고 내년 전망은 더 좋지 않다. 설비투자를 비롯하여 수출, 민간소비 모든 부문에서 성장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국제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 앞으로 이것은 더 떨어져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수출에 의존한 고성장이라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지되기가 어렵다. 더구나 무역은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 경기변동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러니 싱가포르같이 무역을 주로 하는 작은 도시국가라면 모를까 한국같이 큰 나라의 이렇게 높은 무역의존도는 실제로는 거의 중병 환자와 같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내수가 계속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2007년에는 49%였으나 2008년에는 45.2%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더 떨어졌을 것이다. 수출대기업들은 호황을 유지하나 내수 쪽에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은 이렇게 내수시장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들의 대부분도 점점 더 어려운 경제상황에 빠지고 있다. 고용이 안 되고 자영업도 해 먹을 것이 없다. 대기업 노동자와 기타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도 크게 늘어났고 그 결과 빈부차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출의 급신장은 대기업들의 능력이 뛰어나고 혼자 잘나서가 아니었다. 중소기업들의 착취와 국민들의 희생, 국가의 여러 혜택과 도움 위에 서 있다. 불공정거래, 과도한 비정규직을 통한 전반적인 저임금체계, 현격히 낮은 수준의 법인세, 고환율정책, 비싼 소비자물가 등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 많은 부문의 희생을 통해 수출 대기업들은 승승장구해 왔다. 그래서 세계적 기업들로 성장했고 자본가들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경제위기 시대에 돌입하면 대기업은 수출이라는 자신의 주된 역할마저 제대로 하기 어렵다.

반면 대기업들이 잘못되는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고 가야 한다. 엄청난 액수의 구제금융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니 수출 대기업과 그 기업가들을 무작정 칭송하는 지금까지의 행태는 더 이상은 곤란하다.

이렇게 수출 만능정책이 이제 한국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한국인들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면 더는 거기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한국의 수출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건전한 경제로 바꿔야 한다. 정책전환을 빨리할수록 한국인들의 삶이 빨리 나아질 것이다.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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