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사설]어처구니 없는 홍준표 대표의 ‘무승부론’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7일자 사설 '어처구니 없는 홍준표 대표의 ‘무승부론’을 퍼왔습니다.
정치는 정확하게 민심을 읽는 데서 출발한다. 정치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후자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홍 대표가 10·26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무승부론’을 펴는 등 민심과는 동떨어진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인식에 할 말을 잃는다.

홍 대표의 무승부론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지만 부산 동구 등 8곳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겼으니 “이겼다고도 볼 수 없고 졌다고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어제 당 최고회의에서도 국민이 “희망과 애정을 함께 주셨다”고 선거결과를 해석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아전인수요, 견강부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은 홍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력 지원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지난 8월 서울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뒤에도 “사실상 승리했다”고 우긴 바 있다. 궤변과 강변이 그의 버릇인 듯하다. 

사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데는 홍 대표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홍 대표는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서서 색깔론과 흑색선전을 펴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젊은층의 이반을 자초했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광화문 광장이 반미집회의 아지트가 될 것” “(북한과 박 후보가) 서로 말하지 않지만 뜻이 통한다”는 등 상식 밖의 막말을 늘어놓은 것을 보고 어떤 양식있는 유권자가 표를 주려 하겠는가. 홍 대표가 당권에 대한 미련 탓에 애써 무승부론을 펴는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한나라당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선택할 문제다. 홍 대표의 무승부론에 입각해 책임론을 덮고 전열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당을 추스를 수도 있고, 일부 의원들의 주장대로 지도부가 완전히 물러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미친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미몽에서 깨어나 민심은 천심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선거가 던진 교훈을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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