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1일 월요일

[사설]‘20~40대 선거표심’ 앞에 반성해야 할 보수언론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30일자 사설 '[사설]‘20~40대 선거표심’ 앞에 반성해야 할 보수언론'을 퍼왔습니다.
이번 10·26 재·보선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집권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20~40대 젊은 세대들의 압도적 지지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과 정파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이 이렇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후보와 한나라당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토건(土建)지상주의, 반(反)복지주의에 매몰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반(反)청년세대’에 앞장섰던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이른바 보수 언론이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성도 없이 “20~40대 젊은 표심과 소통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들은 또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전면적 혁신을 촉구하면서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누구 말을 듣다가 이렇게 됐는데…”라는 볼멘소리를 낼 법도 하다.

선거가 끝난 뒤 보수 언론은 ‘20대를 좌절케 한 정치’ ‘30대를 분노케 한 경제’ ‘40대를 절망케 한 복지’ 등 정부·여당의 실정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변심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사사건건 트집을 잡은 것은 누구였던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사용해야 할 막대한 국가예산을 4대강 토건사업에 퍼붓는데도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4대강 찬가’를 소리높여 불렀던 이들은 또 누구였던가. 선진국에 비하면 극히 초보적인 단계랄 수 있는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복지 포퓰리즘’ ‘복지 망국론’을 들먹이며 복지 결사반대의 깃발을 들었던 것은 바로 보수 언론 자신들이 아니었던가. 색깔론 문제도 그러하다. 평소에도 기회만 되면 색깔론을 제기했던 보수 언론은 서울시장 선거전 도중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가 박원순 후보의 편을 들었다”며 ‘북한의 저의’를 문제삼는 황당무계한 소극(笑劇)을 연출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은 보수 언론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보수 언론의 논설을 행동지침으로 삼는다”면서 “당이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문제는 정 의원처럼 올바르게 성찰하는 인사가 당내에서 극소수라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책임있는 집권여당이 되기 위해서는 보수 언론의 교시(敎示)에서 과감히 벗어나 민심의 바다 한복판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기존의 관행대로 ‘기득권 동맹’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중동 사도(使徒)’의 역할만 충실히 했다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더 큰 낭패를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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