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사설]피해구제책 없는 한·미 FTA 비준은 자해행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3일자 사설 '피해구제책 없는 한·미 FTA 비준은 자해행위다'를 퍼왔습니다.
미국 의회 상·하원이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협정 서명 후 약 4년4개월 동안 우여곡절 속에 표류해온 한·미 FTA가 미국 측 비준을 먼저 완료한 것이다. 정부·여당도 국회 비준을 바짝 서두르고 있다. 특히 총대를 멘 한나라당은 이달 내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미 FTA가 막다른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국이 통과시켰으니 우리도 통과시키자’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협정 서명 후 수차례 짜깁기 협상을 통해 미국은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듯하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대표적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10개 항목의 변경과 통상절차법 제정,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 등 민주당의 ‘10+2 재재협상안’ 중 일부에 대해서는 여권 인사들조차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미 행정부가 의회와 협조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한 것과 달리 우리는 몇몇 협상 관계자들이 국회를 무시한 채 한·미 FTA 체결이라는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밀실협상을 편 결과다. 그래놓고도 미약한 근거로 부풀린 FTA 효과를 선전하며 비준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사실 위키리크스 등을 통해 공개된 FTA 협상 과정을 보면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당시 김종훈 교섭대표는 국내용으론 쌀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미측엔 2014년 재논의하자고 양보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약가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국내의 타협안 도출 과정을 미측에 흘려줬다. 이처럼 협상 주체들이 우리 국민이 아닌 미국을 의식해 움직인 듯한 흔적들은 한·미 FTA가 애초 양국의 정치적 불평등 관계 속에서 졸속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 협정문의 번역오류만 해도 아직껏 정오표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통과’만 외치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미 FTA 발효는 한국이 거대 미국의 경제체제 속으로 편입되느냐, 한·미 양국이 공존을 모색하느냐를 결정짓는 중대사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비준되면 미국보다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된다’고 호언했으나 속빈 강정에 불과한 FTA가 그대로 발효될 경우 우리의 경제영토를 내줄 공산이 더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미 FTA는 이명박 정권의 업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정히 재재협상이 불가능하다면 피해 구제책 등을 포함한 확실한 보완장치를 마련해 국민 동의부터 얻는 게 급선무다. 한·미 FTA는 시간과의 싸움일 수 없다. 지금 이대로의 한·미 FTA 강행처리는 결단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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