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8일 토요일

[사설]무분별한 민자 유치에 경종 울린 ‘경전철 재앙’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7일자 사설 '[사설]무분별한 민자 유치에 경종 울린 ‘경전철 재앙'’하나'를 퍼왔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이 속속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은 엊그제 1차로 용인시가 경전철 사업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주)에 공사비 5159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용인시 올해 예산의 39%에 해당하는 돈이다. 금융비용과 손해배상금 등으로 2600억원을 추가로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용인 경전철은 지난해 6월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으나 지방선거 후 용인시가 소음 민원과 일부 부실 공사를 이유로 준공 허가를 거부하자 시행사가 7700억원을 물어달라는 중재를 신청했다.

용인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인 만큼 협약이 파기된 민간 시행사에 사업 재개를 애걸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시행사가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협약상 개통 후 30년간 용인시가 최소 운임수입의 90%를 보전해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착공 당시 하루 이용객을 14만명으로 보고 사업 협약을 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1만~3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용인시가 시민 혈세로 시행사에 줘야 할 돈은 매년 최대 850억원, 30년간이면 총 2조5000억원이나 된다.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은 용인만이 아니다. 지난달 운행을 시작한 김해~부산 간 경전철은 이용객이 예상보다 훨씬 적어 20년간 매년 1020억~1312억원을 민간 업체에 줘야 한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김해시로서는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다. 내년 6월 개통 예정인 의정부 경전철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4년 하루 이용객을 7만9000여명으로 예상하고 협약을 맺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이용객이 5만6000여명에 불과했다. 의정부시에서는 이런 상태로 경전철을 개통했다가는 재정 적자가 누적돼 5년 안에 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고 한다.

경전철 사업으로 재정 위기가 초래된 것은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전철 사업을 치밀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선심성·과시성 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경전철 사업을 시범 사업으로 지정하거나 국비를 지원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전철 이용객을 엉터리로 추정한 연구용역기관의 무책임한 자세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시민은 속이 터질 노릇이다. 궁극적인 책임은 자치단체가 질 수밖에 없다. ‘경전철 사업 재앙’은 앞으로 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민자 유치 사업을 벌이는 데 경종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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