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4일 화요일

[사설]청와대를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로 여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3일자 사설 '청와대를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로 여기나'를 퍼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제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이를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탄핵으로 몰고 갔다. 

7년 전의 일을 새삼스레 거론한 까닭은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2일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를 겨냥해 “대기업 기부금이 순수한 나눔의 차원이 아니라면 굉장히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운영해온 ‘아름다운 재단’의 대기업 기부를 콕 찍어서 언급한 것이다.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 고위인사가 야권후보를 특정해 비판한 것은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임 실장은 “박원순씨가 (대기업 기부로) 몇 백억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의 정확한 성격을 모르겠다” 운운하면서 마치 박 후보가 대기업으로부터 ‘부적절한 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그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대해서도 “거친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뜬금없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우리는 범야권 통합후보 단일화 경선을 하루 앞두고 나온 임 실장의 발언이 ‘서울시장 선거에 물불 가리지 않고 개입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담은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의 최고책임자이자 청와대의 2인자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대통령의 의중과 청와대 전체의 기류를 읽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자리의 무게 때문이다. 임 실장은 7년 전 자신들의 야당 시절을 떠올린다면 이번 발언이 얼마나 부적절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임 실장은 청와대를 여당후보의 선거대책본부쯤으로 여기는 듯한 부적절한 언동을 즉시 멈추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본연의 책무로 되돌아가야 한다. 임 실장이 굳이 야당후보들을 공격하려면 지금이라도 현직에서 물러나 선거대책본부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임 실장의 발언과 같은 공무원의 선거개입 행위가 계속되지 않도록 엄중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선관위는 그동안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여당에는 관대하고 야당은 옥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적지 않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여권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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