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09-30일자 사설 '선 부장판사 ‘무죄’ 납득하기 어렵다'를 퍼왔습니다.
자신이 법정관리하고 있는 기업에 고교 동창인 강동욱 변호사를 사건 대리인으로 소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휴직 중)에게 그제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태업)는 선 부장판사의 변호사법 위반은 물론 직권남용, 그리고 부인이 강 변호사로부터 얻은 비상장 주식 투자정보를 이용해 1억원의 투자이익을 봤다는 뇌물수수 혐의까지 전부 죄 없음으로 판단했다. 일반 시민의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재판부의 판단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보면 피고인 측 주장을 어쩌면 그렇게 시종일관 선의로만 해석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우선 법정관리 기업에 강 변호사를 소개한 것이 특혜가 아닌 법정관리 업무의 연장으로 판단했다. “변호사를 소개·알선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위한 조언이나 권고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런 논리를 연장하면 선 부장판사가 법정관리를 맡은 회사에 자신의 친형과 운전기사를 법정관리인으로 앉힌 것도 문제삼을 수 없게 된다. 주식투자에 대한 판단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재판부는 당시 선 부장판사 부부의 사이가 매우 나빠 그가 부인의 투자 사실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투자한 회사의 자금난 등을 고려할 때 이 투자정보를 ‘투기적 사업에 참여할 기회’로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5000만원을 투자한 목적을 무엇으로 보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을 따지기보다는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다. 더구나 이번 판결은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와도 충돌한다. 광주고법은 선 부장판사가 파산부 재판장으로서 공정성·청렴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행동을 했다며 징계를 청구했다.
법원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번 재판장은 선 부장판사를 ‘피고인’이 아니라 ‘선 부장판사’라고 불렀다. 서울대 법대 후배이자 사법시험 9년 후배로 광주지법에서 함께 근무한 관계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누가 믿겠는가. 최근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지만 법원에 대한 불신 역시 만만치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취임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원이 되자고 했다. 이번 판결은 국민정서를 떠나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했다. 2심 법원은 팔을 안으로 굽히지 말고 엄정하게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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