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겅향신문 2011-09-30일자 사설 '듣기 민망한 조현오 청장의 ‘법질서 확립’ 강연'을 퍼왔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그제 대한상의가 마련한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참으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다. 조 청장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분들이 직업적 혁명가나 운동가로 나서면서 온갖 사회적 이슈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반정부·반사회 성향에 동조하는 세력이 한때 13만명에 이르렀다 촛불시위 때 8만명으로 줄고 지금은 2만5000명 수준”이라면서 “이런 세력을 줄여 가야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이 공안몰이를 할 때나 쓰던 어법을 닮았다. 환경, 무상급식 등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나서는 것이 ‘반정부·반사회적’이라 매도하니 어이가 없다.
치안총수인 조 청장이 반정부·반사회 세력의 숫자 추이까지 밝힌 것은 경찰이 그동안 계속 추적해 왔다는 방증인 만큼 섬뜩하기조차 하다. 경찰이 반정부·반사회 세력으로 규정하고 파악해 온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특히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적단체 회원들도 있다”고도 했다. 조 청장 말을 들으면 우리가 마치 1980년대 5공 시절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명백한 ‘반사회 세력’이나 ‘이적단체 회원’이 이렇게 많은데도 방치해 왔다면 직무유기다. 그러나 과거 공안정권이 그랬듯이 정권 비판세력까지 포함해 ‘반정부·반사회 세력’이라고 통칭한 것이라면 그야말로 구시대적 색깔공세의 전형이다.
그의 발언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조 청장은 엄정한 법 집행을 거론하면서 판사들에게는 “제대로 판결하라”고 하는가 하면, 정치인에겐 “경찰에 시비를 걸지 말라”고 했다. 평소 판사와 정치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조 청장이 과연 ‘엄정한 법 집행’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범죄 행위의 전모가 사실상 드러난 민주당 대표실 도청 사건만 해도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는 군색한 변명을 대며 수사를 유야무야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조 청장 자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유가족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처지다.
조 청장은 자신이 규정한 ‘반정부·반사회적 성향’이 뭔지, 그런 세력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법원도 공개적으로 사법 불신을 표출한 조 청장 발언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조 청장 발언도 문제이지만, 대한상의가 경제 관련 법질서 수준이 낮다면서 치안총수를 불러 기업인들에게 특강을 하게 한 ‘저의’도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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