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6일자 사설 '‘부자감세’[사설]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단호히 반대하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언론 생태계 파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계기는 지난해 말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신문 등 네 곳이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실상의 지상파로 볼 수 있는 종편을 2개 이상 허가하는 것은 한국 미디어 시장 규모로는 무리라고 보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극심한 광고유치 경쟁으로 인한 광고시장 질서 파괴다.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법 입법이 늦어져 이대로는 승자독식의 무법지대화가 우려된다. 헌재가 2008년 11월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대체입법이 지지부진한 까닭이다. 최대 쟁점인 종편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여야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정부·여당은 종편의 독자적 광고영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민주당은 종편도 당연히 미디어렙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국회에서 미디어렙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12월 개국을 앞둔 종편들은 대기업 광고주들을 상대로 잇따라 매체 설명회를 여는 등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에 나섰다. 동아일보의 종편인 ‘채널A’가 엊그제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연 설명회에는 대기업 홍보·광고담당자 50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설명회 참석자들 가운데는 “기업들로선 기사와 광고를 연계시킬 경우 난감할 것”이라거나 “종편광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종편들이 독자적 광고영업에 시동을 걸자 지상파인 MBC와 SBS도 자체 미디어렙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KBS처럼 수신료를 받지 않는 양사는 지상파 광고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종편의 독자영업을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경우 MBC와 SBS가 독자영업에 나선다면 막을 근거도 찾기 어렵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대체입법 시한인 2009년 12월도 넘겨 현재 지상파 광고 역시 무법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은 종편 자체가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서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서 시작됐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신문에 종편을 허가하고 여러 특혜까지 안기겠다는 정권의 꼼수는 한나라당이 미디어렙법에 대한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는 철저한 직무유기의 원천이 됐다. 우리는 이런 종편에서 특혜와 반칙만 볼 뿐 공정성의 가치를 찾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예의 보수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한나라당은 종편에 직접광고를 허용하는 명분을 신생 매체의 시장 안착에서 찾는 듯하나 이 또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종편은 누가 강요한 게 아니다. 숱한 부정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어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정됐다. 이를 정부가 개입해 키워준다는 것은 경쟁원리에 반한다. 이런 진실을 끝내 외면하다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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