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9일자 사설 '마이너스 성장 경고 속 ‘관전평’하는 당국자들'을 퍼왔습니다.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신흥국들의 긴축 움직임 등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가 예상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최근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올해 3.3%, 내년 2.8%로 낮췄다. 연간 성장률이 2%대라면 상반기 중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대체로 3%대 중반에 그치고 있다. 정부만 4.5% 성장률을 예상한 예산안을 짜놓고 있다. 성장둔화는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 4·4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올해 성장률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처럼 돌아감에 따라 기업들은 비상대책을 챙기기에 바쁜데 정부의 움직임에서는 긴박감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무리 성장 둔화를 좌우하는 변수가 해외요인들이라 해도 정부와 해외기관들의 시각차가 너무 커 보인다. 게다가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당국자들의 자세도 신뢰를 못줘 경제주체들의 심리안정에 도움이 안된다. 나라경제를 책임진 정책 당국자로서가 아니라 마치 민간 전문가가 전망하듯, 남의 일 얘기하듯 하는 인상을 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은 전망치(4.3%)를 밑돌 것으로 보이지만 4%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낮아질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간이나 외부 기관들이 우려와 전망을 쏟아내면 뒤늦게 “그것 맞다”고 인정한다. 거기까지다.
성장률이 이처럼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 이에 대응한 거시정책 운영방향에 대한 비전이나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마치 관전평하듯 말하는 것이다. 당국자가 자신의 위치와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 인물이 물가안정을 책임진 한은 총재다. 그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 올해 물가억제 목표(4.0%)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물가 수준은 한 번 올라가면 그 수준에서 계속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런 고물가의 위험성 때문에 전문가들이 지난해부터 계속 한은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해왔다. 그런데 뒷북치기 금리인상으로 물가폭등을 방치하고 이제와서 변명하듯이 고물가의 관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못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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