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2일자 사설 '한나라당, 색깔론 공세 지겹지도 않나'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한나라당이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발언을 꼬투리 삼아 억지스러운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색깔론을 꺼내 경쟁후보를 겁박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만은 무언가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던 시민에게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어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 후보가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억울한 장병이 수장됐다는 식의 충격적 발언을 했다”면서 “이런 안보관을 가진 분이 서울시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박 후보 발언을 거두절미해 그의 안보관을 직접 문제 삼은 것이다. 이경재 의원은 아예 박 후보의 발언 내용을 조작했다. 이 의원은 “(북한이) 연평도 사건을 일으키고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한 것을 두둔하는 박 후보의 안보관은 정말 너무나도 끔찍한 안보관”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을 두둔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색깔론의 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토론회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 상대인데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장병이 수없이 수장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악화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천안함 사건 발생에 일조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박 후보의 발언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요즈음 정부 측에 유연한 대북정책을 주문하고 있으며, 특히 홍 대표는 최근 개성공단을 방문한 바 있다. 자기모순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색깔론 공세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확인됐다. 한나라당은 때마침 일어난 천안함 사건을 기화로 대북정책 비판세력에 대해 색깔론 공세를 폈으나 참패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구태의연하게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낮게 보거나, 그것 외에는 다른 선거전략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고자 한다면 퀴퀴한 색깔론 대신 참신한 공격 소재를 발굴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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