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일 월요일

[사설]정당한 희망버스 활동 불법저지 옳지 않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2일자 사설 '정당한 희망버스 활동 불법저지 옳지 않다'를 퍼왔습니다.
오는 8일부터 9일까지 진행될 5차 ‘희망버스’ 활동을 둘러싸고 또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주말 ‘한진중 사태 외부세력 개입 반대 부산범시민연합’ 회원 90여명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희망버스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보수성향 단체들은 부산지역 60여곳에 집회신고를 해놓는 등 저지 활동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날로 조직화하는 희망버스 반대 활동으로 시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누구도 소신에 따라 희망버스 반대 활동에 나서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희망버스의 초기 활동 때 불편을 겪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노동자·시민의 정당한 권리 주장까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막아서는 것은 민주시민의 태도가 아니다. 특히 지난주 공개된 ‘희망버스 저지 계획’ 문건은 희망버스 반대 운동이 민주주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진중 사태 외부세력 개입 반대 부산범시민연합’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주요 집회 거점에 대한 와해 공격과 달걀·오물 투척, 전단지 강탈 및 행사 방해, 주요 지점 사전 장악을 통한 실력 저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평일 2만5000원, 주말 4만원’ 등의 내용은 돈으로 반대활동을 조직한 흔적이다. 자발적 모임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산범시민연합이라는 단체 뒤에 부산시 등이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부산시는 같은 기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방해가 된다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내세워 희망버스를 반대하고 있다. 경찰도 희망버스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면서도 불법적인 희망버스 저지 활동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모색하려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했다. 보수파인 독일 연방대통령까지 지지 서한을 보낼 만큼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05년 칸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프랑스 경찰이 파업했을 때 정부와 시민들은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더라도 그 권리 주장이 정당하다면 참는 톨레랑스 정신에 따른 것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 주장을 인정할 때 나의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다. 5차 희망버스의 주제는 ‘가을소풍’이다. 평화로운 집회를 약속한 활동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