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일 월요일

[사설]실물경제 악화 ‘경고음’ 제대로 들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2일자 사설 '실물경제 악화 ‘경고음’ 제대로 들어야'를 퍼왔습니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금융불안이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조짐이 뚜렷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전개됐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전선에도 비상등이 켜지면서 실물경제의 기초체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 흑자는 4억달러에 그쳐 올 1월 이후 최저였다. 7월 흑자액의 9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8월 광공업 생산도 전월보다 1.9%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들이 모두 부진했다. 9월 무역흑자 역시 14억달러로 지난해 9월의 3분의 1에 그쳤다. 수출은 급격히 둔화되고 수입은 크게 증가한 결과다. 현재 상황뿐 아니라 향후 전망 지표들도 어둡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4·4분기 수출경기전망지수는 89.8을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점인 100 이하로 떨어져 수출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 것은 10분기 만이다. 5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한상의 조사에서는 66.8%가 올해 수출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답했다. 긍정적 지표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물경제 지표들이 이처럼 악화하면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대비책을 서둘러야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경상수지 흑자 감소나 수출 둔화는 ‘일시적·계절적 현상’으로 해석하면서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태평스러운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더라도 세계 경기의 둔화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전자·화학·철강·조선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둔화, 중국 수입수요 감소 등 큰 먹구름이 동시에 몰려오면서 그 영향이 서서히 가시화하는 상황인데 정부만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

금융불안은 실물경제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실물경제가 흔들리면 금융불안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뒤에 대응에 나서면 늦게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정상화에 실기해 물가관리 실패를 자초한 것이 선제 대응을 외면한 대표적 사례다. 입으로만 ‘선제적 대응’을 외치고,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비상경제대책회의로 전환하는 등 괜한 겉치레에 신경 쓸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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