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4이자 사설 '저축은행 부실 다음 정권에까지 넘길 셈인가'를 퍼왔습니다.
저축은행이 3곳 가운데 한 곳꼴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저축은행 89곳의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3곳, 37%가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보도다. 특히 이들 가운데 6곳은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고 한다. 적자가 쌓여 자본금을 까먹는 상태가 자본잠식인데, 저축은행 간판을 달고 있는 3곳 가운데 한 곳꼴로 이런 지경이라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정부는 지난달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실시해 부실 저축은행 7곳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인 곳 등 경영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부실 저축은행을 사실상 퇴출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외한 저축은행 가운데서도 3곳에 한 곳꼴로 자본금을 까먹고 있으며, 20곳은 2년 연속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니 정부가 무엇을 구조조정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진단 직후 대주주 증자나 자산 매각 등 응급조치를 통해 간신히 BIS비율 기준만 맞춰 퇴출을 면한 저축은행이 한둘이 아니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79개 저축은행 감사보고서 가운데 25.3%인 20개 보고서에 ‘특이사항’을 적었다고 한다. 저축은행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등 투자자 유의사항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저축은행이 부실 덩어리여도 문을 닫지 않는 한 계속 예금자의 돈을 맡아 운용하게 된다. 자본금을 까먹고, 회계법인이 ‘주의보’까지 발령한 금융기관에 예금자가 돈을 맡기도록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들 부실 저축은행에 자금을 지원해 생명을 연장시킬 궁리만 하고 있으니 결국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다음 정권에까지 넘기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는 최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저축은행 구조조정특별계정에 1000억원을 융자지원키로 결정했다. 지난 4월 특별계정을 설치할 당시 정부가 2000억원을 출연키로 했지만 규모는 절반으로 줄이고 출연이 아닌 융자 형태로 지원키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저축은행 감독부실에 대한 정부의 책임,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비판 등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여서 정부가 책임있게 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마무리짓겠다는 자세와 거리가 멀다. 이런 식으로는 저축은행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서민금융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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