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6일 목요일

[사설]도청의혹 앞에서 뻔뻔스러운 김인규 사장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05일자 사설 '도청의혹 앞에서 뻔뻔스러운 김인규 사장'을 퍼왔습니다.
김인규 KBS 사장이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도청을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감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이런 의혹이 제기돼 유감스럽다”며 생뚱맞은 ‘공영방송론’까지 펼쳤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능멸하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 대표실을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방송사의 기자가 도청한 것이 거의 확실한데도 진심어린 사죄는커녕 ‘유감’ 운운하면서 어물쩍 넘어간 데 대해서는 할 말을 잃을 뿐이다. 

김 사장은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제1야당 대표 집무실 도청이라는 엄청난 행위를 취재 경험이 일천한 일선 기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저질렀다고는 보기 어렵다. 기자가 자영업자도 아닌 데다, 다른 직종에 비해 지휘계통이 엄격한 언론사의 업무관행으로 볼 때 김 사장의 답변은 진실을 호도하려는 행태로 여겨질 뿐이다. 이는 KBS 내부구성원들의 여론에서도 잘 나타난다. KBS 새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7%가 ‘도청에 KBS가 연루됐다’ ‘김 사장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던 것이다. ‘KBS의 연루’가 무엇을 뜻하겠는가. 어떤 식으로든 고위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김 사장은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자체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 KBS를 이명박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인 김 사장으로서는 공영방송을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지만 이러한 진상규명작업이 공영방송이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사실상 수사를 중단한 채 정권과 KBS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경찰도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고 자세를 전환해야 한다. 도청사건은 경찰이 깔아뭉갠다고 묻혀지지도 않을뿐더러 언젠가는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경찰을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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