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2일 수요일

[사설]고령 청소노동자의 ‘노예계약’을 고발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1일자 사설 '고령 청소노동자의 ‘노예계약’을 고발한다'를 퍼왔습니다.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노예계약’을 강요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관리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주)가 60세 이상 청소노동자에게 근무 중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촉탁근무 동의서’를 받은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확인됐다. 지난 7월 말 폭우 때 은마아파트 지하실에서 감전사한 한 청소노동자도 이 동의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같은 고령자 노예계약은 청소용역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라고 한다. 이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고령 청소노동자의 실상은 물론, 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연령 차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동의서는 ‘근무 중 불의의 사고 및 본인의 지병으로 인하여 사망하게 되어도 법률적 관련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강요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는 “연령이 높은 분들은 고혈압 등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60세 이상 고령자의 촉탁 고용 시 관행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고령이란 이유만으로 인권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고령자에게 촉탁의 일자리를 주는 것이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행세하는 노예제 시대의 노예주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동의서에는 청소노동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의 서명도 요구했다. 일을 하려거든 일체의 불이익도 감수한다는 노예계약에 가족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촉탁근무 동의서는 고령자 차별금지의 대원칙을 조롱하고 있다. 용역회사 측은 요식행위인 것처럼 둘러대고 있지만, 동의서의 법적 효력이 없음은 물론이고 동의서 강요 자체가 위헌이자 불법이다. 헌법의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별을 금지한다. 사용자의 과실이 인정되는 산업재해의 경우 산재신청과 별도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과 연령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촉진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고령자 고용 평등권 침해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이다.

청소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는 여성 고령자다. 동의서가 업계의 관행이라면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불법적 노예계약의 인권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 비단 고령자 차별은 청소업계의 일만도 아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노예계약까지 강요되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이렇게 고령사회를 맞을 순 없다. 우리는 청소용역업계를 비롯한 고령 노동자의 노예계약을 고발한다. 당국은 연령차별을 엄정한 법의 저울에 올려놓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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