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사설] 장애인 기부물품 유용 의혹, 진상 규명 왜 피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13일자 사설 '장애인 기부물품 유용 의혹, 진상 규명 왜 피하나'를 퍼왔습니다.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이 회장인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기부물품 유용 의혹이 커지고 있다. 기부물품 유용 당사자가 윤 의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동료 의원 5명으로까지 확대됐다. 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행 축소 은폐 사건으로 가뜩이나 상처받은 장애인들은 다시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상황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이 끼얹어진 격인데도 수사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야당이 어제 문제의 윤 의원을 형사고발하고, 다른 의원들에 대해 수사의뢰를 한 것을 단순히 정치공세로 돌릴 수 없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 보아선, 장애인체육회에 기부된 옥매트 500장은 윤 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인 성내복지관을 통해 제 지역구에 쓰고, 250장은 동료 의원들이 지역구에 썼다는 주장을 부정할 근거는 별로 없다. 수사당국이 고발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에 착수해야 마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미적대는 수사당국의 태도는 최근 영화  개봉 이후 문제가 제기되자 즉각 인화학교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물론 이번 억대 기부물품 유용 사건엔 여당 의원이 6명이나 걸려 있으니 눈치가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인화학교 사건이 말 못하는 아이들을 교장 등 교직원들이 성폭행한 것이라면, 이번 건은 장애인에게 돌아갈 수억원대의 기부물품을 국회의원들이 멋대로 제 지역구에 쓴 것이다. 파렴치한 점에선 다를 게 없다.
윤 회장은 본인이 장애인이고, 장애인들을 대표해 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 사람이 기부물품 유용 의혹 이외에 체육회 직원 부정채용, 직원 폭행, 주민투표 강제동원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장애인을 밟고 출세한 셈이다. 이미 도덕적인 책임부터 졌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이젠 돌침대 이외에 김치 등 다른 기부물품 유용 의혹마저 나온다. 그럼에도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인화학교 관계자들과 다를 게 없다.
이번 의혹의 얼개는 지극히 간명하다. 기부자인 장수돌침대가 누구에게 옥매트 900장을 기부했는지, 그것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만 따지면 된다. 이미 기부자 쪽 증언은 나왔다. 남은 건 누구에게 왜 갔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수사할 것도 별로 없다. 더는 장애인들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기 바란다. 지체 말고 진상 규명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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