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9일 일요일

홍도평 터줏대감 재두루미, 흰목이네 부부의 힘겨운 겨울나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2011-10-07 기사 물바람숲블로그의 글 '홍도평 터줏대감 재두루미, 흰목이네 부부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퍼왔습니다.
새끼를 데리고 오지 못한 올해, 하지만 흰목이네는 19년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들을 외면한 것은 우리, 무분별한 농경지 매립 등으로 생명의 희망을 내찰 것인가

겨울을 알리는 진객 재두루미가 김포 홍도평야에 찾아왔다. 한강 하구 주변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의 너른 농경지는 재두루미의 주요한 도래지이지만 최근 농경지 매립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언제 마지막 월동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이들의 방문이 더욱 반갑다.


▲무르익은 황금빛 벼와 조화를 이루는 재두루미 부부

지난해보다 13일 정도 이른 10월6일 재두루미가 처음 도착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재두루미는 러시아 아무르 강 유역에서 번식을 하며 해마다 2천㎞의 긴 여행을 한 뒤  한강 하구 김포평야와 강원도 철원에서 겨울을 난다.

▲경기도 김포시 홍도평야

1980년대 후반 자취를 감추었던 재두루미는 1992년 12월 홍도평에서 7마리가 월동하는 것이 관찰되면서 19년 동안 보호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그 숫자가 최대 120마리로 늘어났지만 무분별한 농지매립으로 이제는 20여 마리가 홍도평에서 월동을 한다.

▲수컷이 허기를 채우려고 먹이를 먹는데 정신이 없는 동안 암컷이 경계를 서 준다.

지난해 보다 큰기러기는 20여일 일찍 도착했고 재두루미는13일 이르게 도착 한 것을 보면,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것 같고 재두루미의 겨울 나기도 힘겨울 것 같다.

▲아파트를 울타리 삼아 나는 큰기러기.

생존을 위해 철새들은 쉼 없이 날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우리 곁으로 온다. 그들에게 비행은 자연과의 투쟁이며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본능이다.

▲매립차량
▲농경지 매립

재두루미들이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 올 수 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때문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 올 것이다.

▲농지매립 후 원래 용도인 농업용 창고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 물류 창고로 변해 버린 모습.

한반도가 생명이 넘치는 희망의 땅이 될지는 온전히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우리나라를 찾아왔다. 새들이 외면하지 않는 땅, 아직까지 한반도엔 작지만 큰 생명의 희망이 남아 있다.

▲흰목이네 부부

홍도평야를 19년째  찾아오는 흰목이네 부부는 올해 새끼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번식지 여건이 좋지 않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곳 홍도평을 새끼와 함께 찾아 올 것이다.

이 재두루미 가족을 '흰목이네'라 부르는 것은 수컷의 목 색깔이 유난히 희고 옆 목을 타고 귀 근처까지 올라가는 회색 선이 없기 때문이다. 홍도평에 터줏대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부부이다.

▲흰목이네 수컷
▲흰목이네 암컷

흰목이네는 홍도평을 버리지 않았다. 이곳을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다. 2000km 머나먼 길을 날아와 얼굴에 힘든 모습이 역력하고 털도 거칠어 보인다. 해마다 변해가는 터전에서 이리저리 쫓기는 이들의 모습이 가련하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