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박근혜와 함께 부활한 '군부 독재'의 망령 <기자수첩>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09일자 기사 '박근혜와 함께 부활한 '군부 독재'의 망령(기자수첩) '을 퍼왔습니다.

▲ ⓒ 뉴스타파24.

이길영 KBS 이사장, 김인규 KBS 사장, 김병호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강창희 국회의장.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군부 정부라 일컬어지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한자리씩 꿰찼던 인사들이다.
이길영 KBS 이사장과 김인규 사장, 김병호 공보단장은 모두 KBS가 '땡전뉴스'라고 비난받던 시절 각각 보도국장, 정치차장, 정치부장을 맡은 인물들이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땡전뉴스는 9시가 '땡' 하면서부터 전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하던 KBS 뉴스의 별명이다.
그런가 하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사법부가 이른바 '권력의 하수인'이라던 유신과 제5공화국 당시 법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31년만에 무죄로 판명 난 '학림사건'을, 1981년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 25명에게 중형을 선고한 인물이다. 또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196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유신정권 당시 대통령비서실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중 1985년, 제5공화국 중반 즈음 대우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당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활동하던 군인의 정치 참여 단체인 '하나회' 출신의 인사이다. 그는 육사 25기 출신으로 80년대 전 전 대통령의 부관을 지낸 인사이다. 그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퀸메이커'를 자칭한 '7인회'의 맴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7인회'는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을 필두로 친박(친박근혜) 원로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김 전 장관은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존재한다"라고 밝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단체의 구성원 총7인(김용환, 안병훈, 김용갑, 김기춘, 현경대, 강창희, 최병렬) 중 5명이 유신·군부 정권과 연관성이 있는 인사이다.
김 전 장관은 유신정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이어 재무부장관을 지낸 인사로 이 원내대표와 동서지간이다. 또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와 안병훈 전 2007년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각각 유신정권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조선일보)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안 전 본부장은 (조선일보)에서 부사장과 발행인까지 지냈다. 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은 중앙정보부 파견 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얼마전부터 70,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한 획을 긋던 쟁쟁한 인사들이 정치권과 언론계로 속속들이 돌아오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는 바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뽑혔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정권?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회가 어떻게 될지, 무섭고 두렵습니다. 솔직히 이명박 때보다 더 불안하네요"라면서 "이명박이 경제 패러다임을 3공으로 되돌리더니, 박근혜가 이어서 정치 패러다임마저 4공 유신체제로 되돌릴 모양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복귀한 인사를 따지고 봤을 때, 현정부가 제4공화국이었고, 차기 정부(박근혜 정권)가 제5공화국처럼 보인다. 실제로 MB정부 당시 제4공화국의 '막걸리 보안법'에 필적할 만큼 SNS와 인터넷을 규제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치 포털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신아무개 대표는 인터넷상에 '이명박 X새끼'라며 비방해 검찰이 고소했고, 현역 육군 장교는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또 제4공화국에 체포전담반 백골단은 컨텍터스와 같은 용역단체로 바뀌었고, 중앙정보부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로 바뀌었다. 이처럼 현정부와 군부독재 정권은 너무나도 닮은 것이 많다.
문제는 다음 정부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군부 독재가 끝났으리라 믿은 여론의 바람과 달리 그해 12월12일 전두환 대통령이 등장해 신군부 정권을 이끌어갔다. 대부분 방침이나 정부 형태는 박정희 정권과 동일하게 취했지만, 그 정치적 성향은 훨씬 엄혹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1212 쿠데타 후 5개월 뒤인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혈 진압이라는 사태가 벌어진다. 군대가 국민을 향해 총을 발포한 것이다.
현정부가 제4공화국이며, 차기 정부를 잡는 인물이 제5공화국이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MB정부를 두고 일각에선 "유신만 하면 박정희 정부와 똑같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정황상 지지율만 두고봤을 때, 차기 정권 창출의 가능성이 가장 큰 박 후보와 그 주변 대다수 인사가 80년대 신군부 세력 출신이라는 점은 우연 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 2008년 12월, MB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향신문)이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63.2%가 '지난 1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매년 후퇴하지는 않았겠지만, 현정부의 국정운영 평가를 하는 여론조사에서 연일 20%대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봐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트위터 여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권을 잡았을 때, 민주주의는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현정부의 정책·방침을 이성적으로 평가한 뒤, 청산할 것은 청산해야 하는 것은 차기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현재보다 훨씬 더 엄혹한 30년 전 정치·사법·언론 등에서 활동한 인사를 중심으로 정치를 시작한다면 현시대의 흐름에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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