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실명제 폐지됐지만, 방통위 “악플은 여전히 처벌 대상”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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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 폐지 후속대책 발표… “위헌 취지 오해하고 있다”

정부가 28일 인터넷 ‘제한적 본인확인제’ 폐지에 따른 후속 대책을 내놨다.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촉진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확장시키는 방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28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련 후속대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건전한 인터넷 게시판 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이라는 이름이다. 정부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타인의 사생활이나 명예를 침해하는 악성 게시물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아니”라며 악성댓글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스스로 밝힌 우선적 원칙은 ‘사업자 자율규제 촉진’이다. 국내 주요 포털 사업자들이 설립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불법 게시자 제재 및 피해자 권리구제에 대한 표준약관과 윤리강령을 마련하고,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자 스스로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정부는 ‘자율규제’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정부는 사업자의 자율규제 실시 현황과 실태를 분석해,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또 분쟁 발생 초기 사업자의 미비한 조치로 피해가 확대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책임을 덜기 위해 사업자 스스로 ‘더 센 규제’를 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방통심의위의 기능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임시조치 이후 30일 간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을 경우, 이를 자동적으로 방통심의위에 상정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게 그 중 하나다. 정부는 또 방통심의위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확대(5명→25명)하고, 불법게시물 심의도 주 1회에서 주 2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온라인 분쟁조정제도도 도입된다. 

그 밖에 정부는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악플 집중신고기간’을 설정하는 등 집중적인 수사와 사법처리를 통해 “악플 가해자는 반드시 추적·처벌된다는 관행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사이버수사 역량 강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이 없어 사실상 ‘엄포용’이라는 분석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를 보다 겸손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헌재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익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고, 그 제도(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불필요 했다는 것”이라며 “없어진 제도의 빈 곳을 메우라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오독”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방통위가 내놓아야 할 후속대책은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시행됐던 5년 동안 각 신용정보 업체나 포털사이트 등이 실명 확인을 위해 수집했던 개인정보부터 폐기하도록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8일 이와 관련해 “제도의 시행을 위하여 이루어진 본인확인 업무 또한 마땅히 위헌적”이라며 방통위에 민원을 냈다.

KISO 사무처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후속대책과 관련해서) 직접 KISO와 협의한 것은 없지만 회원사(포털)들과는 이야기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후속 대책 내용에)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ISO의 자율규제 원칙과 기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시조치 기준이 하나의 사례다. 이 관계자는 “공인이나 정치적·사회적으로 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하고 엄중한 기준으로 (임시조치 여부를) 다르게 처리하는 게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게 저희의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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