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정수장학회에 내는 임대료 법원에 공탁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2-09-27일자 기사 '“정수장학회에 내는 임대료 법원에 공탁해야”'를 퍼왔습니다.
경향신문노조 “사내 정수재단 사회환원 투쟁 무관심” 자성 목소리

정수재단 사회환원 투쟁에 대한 사내 무관심에 대해 정수재단의 토지에 임대료를 내온 경향신문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수재단의 정당한 소유주가 밝혀질 때까지 정수재단에 내는 토지 임대료를 법원에 공탁하자는 제안도 제기됐다.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지부장 강진구·경향신문노조)는 26일자로 발행한 노보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체제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유신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며 “하지만 박 후보의 행보와 별개로 우리 스스로가 과연 정수장학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경향 노조는 지난 10일 프레스센터 앞에서 진행된 부일장학회 고 김지태 회장의 유족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을 경향신문 기자가 취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노조가 오후 6시 초판 마감 무렵 확인한 결과 그때까지도 유족들의 기자회견 사실을 아는 사람은 (편집)국장을 비롯해 편집국에 단 한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관련기사는 20판부터 보강됐고, 사진은 언론연대에서 제공한 사진이 실렸다. 노조는 최근 정수재단 사회환원 투쟁에 대한 사내 무관심이 이번 한번 뿐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국면을 주도하기보다 한겨레를 비롯해 경쟁매체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고 자책했다.
같은 건물 11층에 입주해 있는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최초 인터뷰도 한겨레에 빼앗겼고,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정수재단 감사 착수 사실도 한국일보가 1면과 3면에서 통틀어 보도한 데 반해 경향은 3단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는 것.
경향 노조는 “한국일보가 우리보다 인력사정이 별반 나을 게 없다는 점에서 정수재단에 대한 소극적 보도는 인력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올해 1월 부산일보 조합원들이 엄동설한에 본사 사옥 앞에서 어린 가족들의 손을 잡고 정수재단의 낙하산 선임을 반대하는 상경집회를 가졌음에도 지면에 사진기사 하나 내보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러한 사내의 무관심을 ‘코끼리 쇠사슬 증후군’에 비유했다. 서커스단의 어린 코끼리가 다 자라서도 작은 말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경향신문 내부 구성원들도 ‘장물’인 정수재단의 존재에 익숙해졌고, 이들이 사유재산을 강탈한 이후 50년 가까이 회사 부지를 점령하고 있는 사실을 당연시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경향신문은 정수재단에 매월 토지 임대료 명목으로 사무실을 무상으로 쓰게 하고,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노조는 “사설과 기사로 유신독재의 장물인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면서 현실에서는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은 이율배반이자 독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김지태 회장 유족들이 정수재단을 상대로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정수장학회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은 소송의 한 당사자에 불과한 정수재단을 두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정당한 소유주가 가려질 때까지 법원에 임대료를 공탁하자고 제안했다.
강진구 노조위원장은 “경향신문이 정수재단과 직접적인 땅 문제로 얽혀있는 신문사인데도 오랫동안 정수재단이 땅 소유주라고 하는 것에 대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의구심을 제기한 적이 없다”며 “법원 판결에서도 정수재단을 장물로 인정했기 때문에 지면에서만 비판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소송 당사자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은 어느 당사자 일방 편을 드는 것이 된다”며 “우리가 굳이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정당한 소유주가 가려질 때까지 법원에 임대료를 공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2005년 과거사 진상규명작업을 통해 경향신문이 1966년 5·16 쿠데타 세력의 정치공작에 의해 강제매각 된 후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5·16 장학회(정수재단) 소유로 넘어간 사실을 발표했다.
국정원은 강제매각으로 인한 경향신문의 피해보전방안에 대해 “신문사 건물과 부지를 보유해 경영상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경향신문사가 강제매각과 통폐합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어왔으므로 이러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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