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4대강 현장에 ‘파이핑 현상’.. 이런데도 보 안전하냐”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27일자 기사 '“4대강 현장에 ‘파이핑 현상’.. 이런데도 보 안전하냐”'를 퍼왔습니다.
수자원공사, “다른데 영상인지 어떻게 아냐..물 솟구치는 곳 없다”

태풍 '산바'로 인한 피해가 일반적인 피해가 아닌 '4대강 사업'에 따른 피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4대강조사위원회·(사)시민환경연구소·(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27일 오전 11시 서울 환경운동연합 2층에서 지난 21~23일 낙동강 일대 현장조사를 다녀온 뒤 발견된 보 안정성 문제, 생태공원 홍수피해, 지천 홍수피해 등을 발표했다. 

4대강 조사위원회는 "정부는 금년 태풍 내습 시 4대강 홍수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했지만 낙동강 현장조사 결과 합천창녕보에서는 '파이핑 현상'으로 보 안정성 문제가 가중됐고 비가 회천(낙동강 유입 지천)에 범람하면서 딸기밭 30ha(헥타르)와 산업단지가 침수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 주변의 생태공원은 홍수피해로 뻘이 만들어졌고 나무는 집단 고사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최대 업적이라고 여기는 자전거도로는 기초가 유실돼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정부차원에서도 홍수피해 원인을 분석하는 것 같다"며 "정부는 향후 사회적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피해주민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 '파이핑 현상' 확인했다"

ⓒ4대강조사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기 합천창녕보에 '파이핑 현상'이 일어났다며 공개한 사진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이번 현장조사 중 합천창녕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견됐다며 영상과 사진을 제시했다.

'파이핑(piping) 현상'은 흙 속으로 물이 침투해 지반 내에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새겨 물과 모래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이 생기면 물이 모래를 끄는 힘이 증가해 지반이 파괴되고 결국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만약 보 하단부에 이 현상이 발생하면 보가 주저앉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은 "지난 7월 합천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해 8월 보강공사를 했지만 이번 현장조사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며 "이건 합천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이 현상이 계속되면 합천보는 주저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파이핑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정밀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파이핑 현상'에 의한 부등침하(不等沈下, 구조물이나 기타 원인으로 기초가 균등하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침하하는 현상)가 우려되는 보는 함안보, 합천보, 달성보, 강정보, 칠곡보, 구미보 등으로 추정되며 낙동강에 설치된 8개의 보중 적어도 6개의 안전등급은 E(불량)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통합관리센터 측은 "합천창녕보 고수부지 파이핑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태풍때 지반에 스며든 다량의 물이 천천히 빠지는 현상"이라며 반박했다.

낙동강 통합관리센터 관계자는 "박창근 교수는 말도 안되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며 "그 주장대로면 지금도 물이 나와야 하지만 지금은 물이 흘러 나오지 않고 있다"고 대응했다. 이에 관련영상이 있다고 하자 "영상을 안봐서 모르지만 합천보 영상이 아니라 다른데 영상인지 어떻게 아냐"며 "물이 솟구치는 곳은 없다"고 일축했다.

태풍 '매미'에 멀쩡하던 제방 이번에 무너져..수공, "비가 많이 내려서 그렇다"

ⓒ4대강조사위원회 태풍 '매미'와 '산바'의 강우량을 비교한 표

4대강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제 16호 태풍 '산바'는 2003년 상륙한 태풍 '매미'와 비슷한 수준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이번 태풍으로 인해 낙동강 제 1지류인 회천 제방은 무너졌으며 고령군 개진면 딸기밭 30ha(헥타르)가 침수됐다.

이에 대해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회천 제방은 적어도 80~100년 빈도의 비가 내려도 안전하게 정비돼 있었지만 이번에 10~30년 빈도의 비가 내리자 무너져 내렸다"며 "많은 비가 내려서 제방이 무너졌다는 수자원공사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합천보와 성주댐을 제방유실의 이유로 들었다. 합천보에 막힌 낙동강 본류 수위가 올라가면서 유속이 느려졌고, 지천인 회천의 물이 본류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성주댐이 과도하게 방류해 수위가 상승안 뒤 제방이 유실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댐의 방류량 자료는 확인 할 수 있지만 태풍 '산바'가 상륙할 당시 성주댐의 방류량 자료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234개 수변 생태공원에 재자연화 위한 대책마련 필요하다"

ⓒ4대강조사위원회 지난 4월 낙동강 인근 감천에 하상보호공이 있는 모습이다

ⓒ4대강조사위원회 이번 현장조사에서 하상보호공이 유실된 감천의 모습이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이번 현장조사 결과 낙동강에 설치된 하상보호공(역행 침식을 막기 위해 4대강 공사를 하면서 하천 바닥에 바위로 만들어 놓은 구조물) 대다수가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역행침식은 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의 수위와 낙차가 커지면서 물이 더 빠르고 세차게 떨어져 강바닥이 무너지는 침식 현상이 지천 상류쪽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4대강조사위원회는 "감천에는 어도까지 있는 대규모 하상보호공이 설치돼있었는데 이번 홍수에 완전히 유실됐다. 콘크리트로 만들어 진 어도는 몇 조각이 나 깨졌고 그 중 큰 조각은 물살에 의해 90도 틀어지고 어도 상부쪽이 뒤집혀 모래속에 있었다"며 "역행침식으로 인한 지천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생태공원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부실한 식재와 관리에 의한 식생의 고사 ▲부적정한 수목 선정에 따른 생태계 왜곡 및 관리비용 과다▲물고기가 이용할 수 없는 어도 ▲부실공사에 의한 구조물의 훼손과 위험의 방치 ▲관리 책임의 혼란 및 관리자의 역량 미흡▲침수 및 시설 노후화에 따른 관리비용 부담 곤란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한국 하천의 특성상 수변은 홍수기에 잦은 침수가 불가피하다. 이를 인공적으로 관리하는 건 비용이 많이 들고 생태적으로 불완전하다"며 "234개 수변 생태공원의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재자연화 등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대강조사위원회 하상보호공이 유실되는 과정에서 어도가 부서져 떠밀려왔다.

장하나 의원, "조사결과는 충격적이고 경악스럽다"
ⓒ4대강조사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27일 오전 낙동강 홍수피해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참석해 현장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며,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와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등도 참석해 의견을 전했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처음부터 이런 문제가 있을 줄 알았다. 댐을 모래위에 짓는 나라가 어디있냐"며 "머지않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사를 총괄한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는 "이번에 낙동강 본류에서도 파이핑 현상을 발견한 건 처음"이라며 "파이핑 현상은 그대로 두면 제방이 무너진다. 아주 무서운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사실상 낙동강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이 불안하고 위태롭게 살고 있는 형국"이라며 "지금이라도 평가하고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과발표 현장을 찾은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조사결과는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모습"이라며 "국정감사 때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거기 상응하는 책임과 처벌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이번 현장조사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고심중에 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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