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사설]새누리당 “투표할 시간 달라” 요구 외면 말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8일자 사설 '[사설]새누리당 “투표할 시간 달라” 요구 외면 말아야'를 퍼왔습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엊그제 국회 앞에서 ‘나도 투표하고 싶다’ 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보통선거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선거일을 유급 공휴일로 지정하고 오후 9시까지로 투표시간을 연장하라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각종 선거의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대표성, 정당성 시비를 낳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1987년 민주화운동 후 실시된 첫 대선 투표율은 89.2%였다. 그러나 계속 하락해 2007년 대선은 63.0%였다. 20년 만에 26.2%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원인으로는 정치 혐오와 정치적 무관심 확산이 꼽히나, 국민선언이 지적한 대로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그 피해자들이 바로 일용직, 임시직, 파견, 용역, 도급직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다. 2008년 총선에 불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64.1%가 기권의 이유로 ‘근무시간 중 외출할 수 없다’ 등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을 들었다는 조사가 이미 나왔다. 이런 처지의 노동자들이 축산업계, 택배업계, 고속도로 휴게소, 중소병원 등 곳곳에서 현행 투표 마감시간 때문에 참정권을 포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렇게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500만~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후 6시까지로 돼 있는 현행 대선 투표시간은 1971년 정해진 뒤 40년 이상 그대로다.

문제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반대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반대 논거들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엊그제 “대선을 코앞에 두고 룰을 바꾸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국회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표율 저조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 등 다른 곳에 원인이 있다”고도 했다. 이것은 투표시간 문제를 참정권 확대보다는 선거결과의 유불리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탓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후 6~8시 사이 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자신이 내세우는 국민통합이란 과제를 생각해서라도 선거 유불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기 바란다. 이번 대선부터 투표시간을 연장해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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