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사설] 내곡동 사저 터 매입 특검 뒤로 미루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6일자 사설 '[사설] 내곡동 사저 터 매입 특검 뒤로 미루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를 국가 예산으로 매입하기로 하고 집행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 명의의 땅을 사들인다는 것인데, 내곡동 사저 특검을 앞두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김빼기용’이라는 비판을 살 만하다.정부는 엊그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시형씨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 463㎡를 사들이기로 하고 예비비 11억2000만원 집행을 의결했다. 매입 가격은 애초 이씨가 사들일 때의 가격과 같은데, 감정평가를 해 11억2000만원을 밑돌 경우 감정평가액으로 사들이기로 이씨와 합의했다는 것이다.특검을 앞두고 정부가 이시형씨 명의의 땅을 예비비를 투입해 부랴부랴 매입하는 건 아무리 봐도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수사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지난주 이 대통령이 마지못해 특검법을 수용함으로써 수사 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이씨가 손해를 보며 매입원가대로 땅을 국가에 되파는 모양새를 갖추는 건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비비라는 게 재해복구 등 긴급한 재정상의 필요를 위해 준비해둔 예산인데 예비비까지 끌어들여 이씨 땅을 매입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정부가 매입하는 게 필요하다면 특검 수사를 지켜본 뒤 내년 예산에 반영해도 늦지 않다.내곡동 특검법이 도입된 것은 검찰이 배임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이 대통령과 이씨 등에 대한 수사에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은 내곡동 사저 터 463㎡와 경호동 터 2143㎡를 이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함께 54억원에 매입하면서, 이씨가 내야 할 사저의 땅값은 시세보다 낮추는 반면 국가가 내야 할 경호동 터 땅값은 높게 계산해 이씨가 6억~8억여원의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땅 구입 과정에서 이시형씨는 이름만 빌려줬고 실제론 이 대통령이 돈을 빌리고 땅을 매입했다고 볼 소지는 다분하다. 이 경우 명의신탁이 되고, 이시형씨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된다. 특검이 이 부분을 엄밀히 따져봐야 할 시점에 이씨가 땅을 팔고 빠져나가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이상하다.특검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물론 내곡동 사저 터의 처리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특검 수사가 끝난 뒤에 땅의 처리방향을 결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은 정부가 예비비까지 끌어들여 섣불리 끼어들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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