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형제들 재산 다툼에 '삼성특검' 뒤집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7일자 기사 '형제들 재산 다툼에 '삼성특검' 뒤집히나'를 퍼왔습니다.
삼성 유산소송 5차 공판... "이건희 개인 돈 차명 주식에 있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까지 차명으로 관리해왔던 주식에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이 일부 포함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가 유산분쟁' 5차 공판에서 이 회장 측은 "차명 주식의 경제적 원천은 대부분 상속분이지만 (그중에는) 이 회장의 개인 돈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삼성특검' 결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2008년 특검 결과, 당시 가지고 있던 차명주식이 전부 상속재산으로 밝혀지면서 횡령이 아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받았다. 

삼성 차명재산 규모 4조5000억 원... 소송대상 확대되나

이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삼성특검 자료를 바탕으로 공판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다. 이씨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김남근 변호사는 2008년 특검 당시 삼성 측이 제출했던 '상고이유에 대한 답변'과 '변론 요지서', '매수·매도 연결계좌' 등의 문서를 제시하며 이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된 차명주식이 선대 이병철 회장이 상속한 재산과 동일한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자료사진). ⓒ 유성호
상속 재산과 차명주식의 동일성 문제는 이 회장 측이 4차례 공판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다. 차명 주식명의가 계속해서 바뀌었기 때문에 이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꼭 선대 회장에게 상속받은 주식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논리였다. 

김 변호사는 "삼성특검에서 확인된 것은 상속재산인 차명주식의 관리 원칙이 '현상유지'였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는 다름 아닌 삼성 측이 형사사건인 삼성특검 때 주장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상속재산인 차명 주식을 현상 그대로 유지할 목적으로 관리해왔으니 동일성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삼성특검 당시 삼성 측도 이런 주장을 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소송액 규모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특검 자료에 따르면 삼성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차명주주들로부터 1998년 인수한 삼성생명 340여 만 주의 실소유자는 이건희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학수 전 삼성부회장이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같이 진술했다는 것이다. 

법원에 제출된 특검자료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특검에서 "에버랜드가 매수한 삼성생명 주식도 실제 현 소유주는 이건희 회장님"이라며 "당시 회장님이 다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에버랜드에 인수시켰으며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서 같은 날 거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회장의 진술로 에버랜드 인수 주식의 실소유자가 이건희 회장임이 밝혀졌으니 소송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우는 이날 특검 기록을 공개하며 삼성 차명재산 규모는 총 4조5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등 주식이 4조988억 원, 예금, 채권, 수표가 4357억 원이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이 전체 차명재산 중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307억 원, 상품권 구입 대금으로 52억 원등 모두 359억 원을 개인적으로 썼다"면서 "무단 소비한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부당이득 청구나 손해배상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명 주식에 이건희 회장 개인 돈도 일부 있어"

무게감 있는 증거자료들이 나온 이날의 변론 분위기는 이전 공판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원고가 반론하면 피고가 곧바로, 피고가 반론하면 원고가 곧바로 재반론을 시도하며 법정에 긴장감을 자아냈다. 담당판사인 서청원 부장판사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비치며 반론 반복을 자제할 정도였다. 

에버랜드가 인수한 삼성생명 주식 실소유주가 이 회장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이 전 부회장이 삼성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은 원고 측이 주장하는 바와는 전혀 다르다"고 공격했다. 이 전 부회장이 해당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나 추후에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 내용은 특검 자료 송달촉구 목록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원고가 듣고 싶은 내용만 가지고 온 게 우연이라기엔 놀랍다"면서 우회적으로 원고 측 자료의 불법적 요소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의 특검 진술 내용도 공개했다. 삼성그룹 재무통으로 이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김 고문은 당시 조사에서 이와 관련해 "현재 소유자는 에버랜드"라고 답했다. 

윤 변호사는 차명주식과 상속재산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화우 측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차명 주식의 경제적 원천은 대부분 상속재산이지만 100%는 아니다"라면서 "그중에는 이 회장의 개인 돈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 주식에 개인 돈을 관리했다면 그게 바로 비자금"

윤 변호사가 이같은 반론을 내놓자 김 변호사는 "지금 피고 측 주장은 개인 돈을 차명 주식으로 관리했다는 것"이라면서 "차명주식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했던 2008년 특검 수사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대주주의 경우 실명자금에 대해서는 금융 감독기관에서 철저히 관리한다"면서 "실명자금이 차명주식에 섞여 들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변론을 들은 서 부장판사는 원고 측에 예탁결제원을 통해 상속 개시 직전인 1986년 말부터 상속 직후인 1987년 말까지의 삼성전자 주식 거래 내역을 확인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는 추후 공판에서 '차명주식'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특정해서 쓸 것을 요청했다. 6차 공판은 10월 31일 오후 4시로 정해졌다. 

한편 양 측 변호인들의 설전은 재판 후 취재진들과의 대화에서도 간접적으로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차명주식에 개인 돈을 관리했다면 그게 바로 비자금"이라며 "삼성특검 자체가 삼성 비자금 의혹 때문에 시작됐다가 비자금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끝난 내용"이라고 공격했다. 차 변호사는 "실제로 비자금이 있었다고 한다면 아직 소추 권한이 남아있다"면서 "민사 사건 때문에 (이 회장 측에서) 무리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특검 때 개인 돈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그 돈이 회사 것이 아니라 개인 자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익 배당금 등 개인 돈을 재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비자금이 아니다"라며 "차명 주식 전체에서 개인 돈은 큰 비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환(hea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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