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조연희 칼럼]‘낙오자도 없는 교육’ 꿈은 계속된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28일자 기사 '[조연희 칼럼]‘낙오자도 없는 교육’ 꿈은 계속된다'를 퍼왔습니다.
곽노현 쫓아낸다고 공정택 시절로 돌아갈까

“감히 말씀드립니다. 혁신학교는 우리 교육과 미래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을 지키고 싶습니다.”

곽노현 서울 교육감의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저녁 시간, 서울 광화문 시민촛불문화제에서 혁신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와 한 말이다. 이 자리에는 혁신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도 자유 발언 형태로 이어졌다.

역시 서울의 어느 혁신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쓴 글이 교육희망네트워크 카페에 올라온 적이 있다. “노는 건지 공부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친구들과 의논하고 토론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과목에 따라서 각자 부분별로 조사해서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한다.”,“하루하루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길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등교하고 오늘 역시 즐거운 하루였다. 만족스럽게 하교한다.”

ⓒ민중의소리 혁신학교 장곡중학교

혁신교육 서울, 공정택 시절로 돌아가나

학교 현장은 이미 변하고 있다. 암기 위주 주입식 경쟁 교육 대신에 창의적이고 상호 관계 지향적이며 체험 활동 중심의 21세기형 교육이 서울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350여개의 초·중·고에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2014년까지 720여 개 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다. 학교 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암기 위주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체험, 자기 주도적 새로운 학습 형태가 일정한 틀을 갖춰가고 있고, 학생, 교사,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제도시라고 자타 공인하는 수도 서울에서도 시대에 역행하는 교육이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운영되었다.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의 입시 위주 무한 경쟁 교육,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교가 달라지는 자율형 사립고와 국제중학교 설립, 초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사라졌던 수우미양가 성적표 부활, 이명박 정부보다 3년이나 먼저 시작한 초등학교 일제고사 등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 위주 문제풀이 수업이 확산되며 시대에 뒤떨어진 수업이 이루어졌었다.

교육의 시대적 변화에 공감하고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의 교육적 효과를 바로 볼 줄 알았던 서울 시민들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곽노현이라는 첫 진보 교육감을 배출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다른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혁신학교를 통한 수업의 변화를 추구했고, 무상급식 정책 추진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으며 학생인권조례제정 등을 통해 인권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재형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공정택 교육감 시절 만연했던 교육청의 인사 · 공사 비리와 사립학교의 전형적 백화점식 비리 등을 근절하기 위해 개방형 감사제를 도입하고, 제도와 시스템 개선 등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교육청에 만연했던 인사 청탁 등의 관행이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지고,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은 임시이사 파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여 국민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아냈다. 

‘사후매수’라는 형용모순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은 2012년 9월 27일, 대법원 확정 판결과 동시에 교육감 직에서 물러났다. 징역 10월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덤으로 받았다. 그의 죄목은 선거법위반인데 ‘사후매수죄’라고 한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의 집단인 법원, 그 중에도 더 엘리트 집단인 대법원에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후매수’라는 형용모순을 법에 적용하여 진보 교육감을 내쫒았다. 서울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사후매수’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이 중대범죄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다수 학생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검찰과 법원이 곽노현 교육감을 사법 처리하여 교육감 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면 최소한 단일화 당시 곽교육감이 상대 후보에게 금전을 약속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심문을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밝혀낸 것은 사전에 금전 제공의 약속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부조할 것을 곽 교육감에게 권해서 함께 재판을 받았던 강경선 교수는 최근 사석에서 “검찰과 법원은 멀쩡한 두 사람에게 병이 들었다고 하면서 병원에 입원시켜 온갖 검사를 하면서 병이 들었다고 계속 주입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어이없어했다. 강경선 교수는 대법원에서 고법으로 파기환송되었다.

‘사후매수죄’라는 이 형용 모순의 법은 세계에도 유래가 없고, 일본에 있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이어서 사문화 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최초로 적용되는 법이다.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이 법으로 인해 1천만 서울 시민이 직선으로 선출한 교육감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다는 현실 그 자체가 모순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린다면 희대의 코미디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당선 이전에 금전 지급을 약속한 증거가 있고, 녹취록도 있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일 보고 형태로 언론에 흘렸다. 이 자체가 불법인데 언론은 이 불법을 묵인했을 뿐 아니라 최대한 활용했다. 언론은 검찰이 흘려주는 내용만 믿고 연일 대서특필했다. 이에는 비교적 진보 성향의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론은 ‘곽노현 죽이기’ 그 자체였다. 이 시점에서 언론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행위를 반성해야 한다.

법원과 헌재가 외면해도 ‘혁신교육’은 부활할 것이다

그나마 교육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곽노현 교육감이 주장하는 ‘선의의 부조’에 대한 진실 규명을 기다려보아야 하는 입장을 견지했고, 공동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모두가 사퇴를 요구할 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 교육의 혁신을 바라고 함께 해오는 과정에서 얻게 된 ‘인간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강경선 교수의 인품과 곽 교육감의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이 실현하고 싶어 했던 ‘한 명이 낙오자도 없는 교육’은 역으로 곽노현 교육감에게도 적용되었다. 만의 하나 곽노현 교육감의 말이 진실이라면 누군가는 끝까지 그의 곁에 남아서 진실 규명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행스럽게 대법원도 1·2심과 마찬가지로 시민대책위에서 믿었던 사전 매수 행위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곽 교육감은 비록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진보 진영에서 인내를 갖고 지켜봤던 것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인들에게 정치인들의 ‘뒷돈’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파렴치한 불법 행위 수준이다. 실제 수많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온갖 불법 행위를 한다. 그러한 행위는 마땅히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금전 거래가 대부분 사회악이었다고 해서,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것까지 억지 법 논리를 내세워 처벌하는 것은 법의 정의를 왜곡하는 것이며, 하필이면 한가위 명절을 앞둔 시점에 선고 날짜를 잡아 현직 교육감을 구치소로 보내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보일뿐이다.

ⓒ이승빈 기자 27일 오후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내려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즉각 내리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2월 19일에 서울교육감 보궐 선거가 실시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가 그랬듯이 정치적 고려 때문에 판결을 미룬다면 12월 19일에는 대선과 함께 서울교육감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오세훈 시장을 내리고 시민운동가였던 박원순 시장을 선택했던 서울 시민들, 학교 혁신이 서울에서부터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 12월 19일, 곽노현은 새롭게 부활할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재임 기간 내내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을 만났고, 미래 사회에 맞는 질 높은 공교육의 표준을 새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헌신했다. 신의를 저버리지 않은 곽노현 교육감에게 감사와 한없는 애정을 보낸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파렴치범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 교육감 직을 던지게 되었던 사람으로서 서울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조연희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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