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장로교단 일부 되레 세습 서둘러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7일자 기사 '장로교단 일부 되레 세습 서둘러'를 퍼왔습니다.

ㆍ‘교회 세습 금지’ 통과 이후… 감리교, 선거법 개정 부결 후유증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의 ‘교회세습금지법안’ 통과는 모처럼 한국 교회가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 의지를 안팎에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감리교를 포함한 한국 개신교의 속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25일 열린 감리교단 임시입법회의의 또 다른 주요 안건 중 하나였던 선거법 개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장로교단의 유명 목사 등 일부 교회와 목사들은 오히려 ‘세습’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세습금지 역풍 부나

감리교의 교회세습 금지 법안 통과 이후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길자연 목사)는 오히려 그동안 추진해온 ‘교회세습’을 마무리 짓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적인 대형교회 중 하나인 왕성교회는 2003년 지교회 형태로 과천왕성교회를 세우고 길 목사의 아들에게 목회를 맡겼다. 왕성교회와 과천왕성교회는 지난 9일 공동의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길 목사는 올해 12월 은퇴를 앞두고 있다. 교회 한 관계자는 “감리교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아들을 후임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교회 가운데 이미 세습을 할 만한 교회는 다 했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다. 1990년대 말 서울 충현교회(김창인 목사)를 시작으로 광림교회(김선도 목사), 금란교회(김홍도 목사)가 아들에게 세습됐다. 인천숭의교회, 부평감리교회 등에서는 3대 세습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서울 대한교회는 사위를 담임목사로 앉혔다. 특히 법안 통과 전에 서둘러 교회 세습 절차를 마무리 지은 교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 선거법 개정안 부결 후유증

선거법 개정은 이번 감리교 임시입법의회에서 또 다른 쟁점이었다. 이미 감독회장을 지낸 김선도·김홍도 목사 형제에 이어 2008년 선거에서 동생인 김국도 목사까지 감독회장에 당선됐지만, 후보 자격을 놓고 지난 4년간 법정 다툼이 이어지면서 교단 행정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야 법원 명령에 따라 서울 연회 감독을 지낸 김기택 감독이 임시 감독회장을 맡아 교단법(장정) 개정안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김 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의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올해 선거에서도 김국도 목사 측근으로 알려진 김충식 목사가 감독회장 후보로, 김국도 목사가 서울남연회 감독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이에 반발한 반대 측에서 집단 소송단을 꾸려 감독회장 선거 중지와 김국도 목사 후보 등록 취소 소송을 제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 중지 명령을 받아냈다. 일부 지역(서울남연회와 동부연회) 감독 선거는 후보 등록이 취소됐다. 감리교에서 감독회장은 교단의 대표, 감독은 지역별 조직인 ‘연회’의 수장 격이다.

따라서 이번 입법회의에 대한 감리교단 내부의 관심은 세습금지법보다 ‘김국도 목사의 피선거권’에 모아졌다.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는 ‘10년 이내 교단 재판법(근신 이상)이나 법원 재판(벌금형 이상)에 의해 처벌을 받은 사람은 피선거권이 없다’는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2001년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은 김 목사는 후보 자격을 잃게 된다. 김 목사 지지자들은 현장에서 회원 235명이 발의한 재개정안을 상정하며 맞섰다. 자격 조건에서 벌금형이 삭제된 안이었다. 양측의 격렬한 항의와 장시간 토론을 거쳐 표결에 부쳤으나 두 안건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젊은층에 선거권을 줘 금권선거를 막고, 피선거권 제한규정을 이전보다 명확하고 엄격하게 한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로써 10월 초로 예정된 총회에서 실시하려던 감독회장과 감독 선거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은 26일 교인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화해와 조정의 방법으로 선거 중지 사유들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