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값싼 술에 취해 영혼의 길을 막아선 안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8일자 기사 '무라카미 하루키 “값싼 술에 취해 영혼의 길을 막아선 안된다”'를 퍼왔습니다.

ㆍ일본 지식인들 ‘영토 분쟁’ 비판

“(영토갈등이라는) 값싼 술에 취해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된다.”

등을 쓴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3)가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으로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마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무라카미는 28일 아사히신문 특별기고를 통해 “영토분쟁으로 지난 20년간 동아시아가 이룬 가장 값진 성과인 ‘고유의 문화권’이 파괴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센카쿠 갈등으로 최근 중국 서점가에서 일본 서적들이 사라지는 것을 접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며 기고를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무라카미는 “지난 20년간 중국, 한국, 대만의 경제 발전으로 시스템이 갖춰져 문화적 성과물들이 국경을 넘나들었으며 동아시아 문화권은 풍부한 시장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권은 “언어가 달라도 감정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영혼이 오가는 길”이라면서 영토갈등으로 오랜 세월 심혈을 기울여 이룬 성과가 파괴된 것이 매우 두렵다고 밝혔다. 그는 “영토문제가 실무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국민감정’ 영역으로 파고들어가면 출구없는 위험한 상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를 나쁜 술에 빗대 “나쁜 술 몇 잔에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은 난폭해지며, 논리는 단순화하고 자기반복적이 된다. 하지만 떠들썩하게 소동을 부린 뒤 날이 새면 남는 것은 두통뿐”이라면서 영토갈등과 관련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선동을 비판했다. 

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77) 등 일본 저명인사와 시민단체는 이날 일본 국회에서 약 800명의 서명이 담긴 ‘영토문제의 악순환을 멈추자’는 호소문을 발표해 “일본인은 독도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시작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반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에)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구적 인식을 바로잡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섬 주변 어업자원 등의 공동개발과 공동이용 등을 제안했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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