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새누리, 정동영에 '엄청난 명예훼손' 저질렀다


이글은 대자보 2012-09-28일자 기사 '새누리, 정동영에 '엄청난 명예훼손' 저질렀다'를 퍼왔습니다.
"(사망한) 비전향장기수 이인모가 현재 구속됐고, 정동영이 대북사업권 내줘" 황당 논평



'전향장기수->비전향장기수'로 둔갑시켜 색깔 공세

새누리당이 당 공식 논평으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종북 색깔론 공세를 하면서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미 '죽은 사람'에게 "현재 간첩죄로 구속돼 있고, 정동영이 대북사업권을 발급해줬다"고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새누리당 논평의 거짓 정보가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정동영 전 의원의 명예에 큰 손상을 주는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허위사실 부분을 수정하기는커녕, 바로 다음날 '새누리당 서울시당 디지털위원회' 명의의 트위터를 통해 똑같은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야당 핵심 인사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허겁지겁 종북 씌우려다 '자폭 무리수'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이동환 수석 부대변인이 (간첩활동 방조한 정동영 전 장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남북경제연합위원장에 적합한가)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종북 색깔론을 본격 제기했다.

그런데 이 논평 내용 중에는 중대한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 위원장은 재임 당시 간첩활동을 우려한 법무부(당시 장관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줬다. 지난 5월 이씨는 GPS 교란 장치 등 군사기술 정보를 북한에 넘기려다 적발되어 간첩죄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월 GPS 교란 장치 간첩 혐의로 구속된 대북사업가는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씨가 아니라, 1990년 2월에 사상전향서를 쓰고 석방된 '전향 장기수'인 '이 모'(D무역 대표,74세)씨다. 구속된 이 모씨는 이인모와 동명이인(同名異人)도 아니다. '이○식'씨로 전혀 다른 이름의 딴 사람이다.

반면 이인모씨는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3년 3월 북한으로 송환됐고, 2007년 6월 16일 북한에서 89세의 일기로 사망한 사람이다. 이인모씨는 북으로 송환될 당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전향 장기수로서 큰 화제가 된 인물이다. 새누리당의 수석 부대변인 정도의 인사가 그 유명한 이인모씨를 모를 리 없다.

새누리당 논평대로라면, '이미 사망한 이인모씨가 현재 간첩죄로 대한민국 검찰에 구속돼 있고, 그런 이인모씨에게 정동영이 통일부 장관 시절 대북사업권을 내줬다'는 주장이 된다. 한 마디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당 공식 논평을 내면서 구속된 이씨가 이인모와 동명이인지조차 확인해 보지 않고,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정보를 그대로 베껴 쓴 꼴이 됐다. 그러면서 태연하게 "이씨 사건을 봤을 때 정 위원장은 북한과의 교류차원보다 국가의 군사기술정보를 넘기는 간첩활동을 방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색깔론 공세를 펼친 것이다.

같은 날 정동영 전 의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선대위의 남북경제연합위원장으로 선임돼 활동을 시작하자, 새누리당이 허겁지겁 종북 색깔을 씌우려다 '엄청난 실수'를 범한 것이다.

허위사실 수정 않고 계속 방치‥서울시당 트위터로 유포까지


▲새누리당 서울시당 트위터의 허위사실 유포와 누리꾼의 폭풍 리트윗 ©대자보

문제는 새누리당이 당 공식 논평에서 누구나 한 눈에 알 수 있는 중대 실수를 해놓고도 발표한 지 4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바로 다음날 서울시당 디지털위원회는 허위 사실인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 관련 부분만 따서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보수 성향 누리꾼들이 새누리당 논평을 사실로 오인하고 거짓 정보를 지속적으로 리트윗하며 퍼뜨리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 심각한 명예훼손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공격을 당한 정동영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종북 색깔론 공세도 어이없는 판에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줬다는 '황당한 혐의'를 뒤집어쓴 꼴이 됐다.

지난 5월 30일 서울지방경찰정 보안과가 GPS 간첩 혐의 사건을 발표하자, 보수언론은 구속된 대북사업가가 '비전향 장기수'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맹공을 가한 바 있다.

이미 사상 전향한 '전향 장기수'였음에도, 보수언론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허위 사실을 가지고 '정동영 통일부' 공격에만 열을 올렸던 것이다. 전향 장기수와 비전향 장기수는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정서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은 이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KBS는 구속된 이 씨가 '비전향 장기수'임을 특히 강조했다. KBS는 지난 5월 30일 저녁 메인뉴스 톱으로 "북한의 국내 GPS 전파 교란 공격의 배후에는 비전향 장기수 출신의 사업가 이 모씨 등 국내 간첩 조직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음날인 31일에도 "이번에 적발된 간첩 조직의 총책이 비전향 장기수 출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무기징역형을 받은 이 씨는 전향할 뜻을 밝히지 않았고, 18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 1990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6월 1일 (통일부, 2005년 법무부 반대 묵살하고 간첩출신에 대북사업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비전향 장기수 출신 대북사업가 이 모씨(74)에 대해 법무부가 '다시 간첩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당시 장관 정동영)가 이를 묵살하고 대북사업권을 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6월 1일자 (비전향 장기수가 ‘조국 북한’과 벌인 남한 파괴사업)이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전향도 하지 않은 이 씨가 대북 교역사업을 15년 동안이나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통일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이 씨가 운영하는 D사에 20년 동안 북한산 생수 생산 및 판매 독점사업권을 내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더욱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정동영을 겨냥했다. (정동영 장관 통일부, 비전향 장기수에게 대북사업권 내줘)라는 제목의 기사(6월 1일자)를 내보냈다. 6월 2일자 (간첩 출신에게 對北 독점사업권 줬으니)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씨를 '비전향 장기수'라고 못 박고 "이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통일부로부터 남북경제협력사업자 및 협력사업 승인을 받았다"며 정 전 장관을 겨냥했다.

이처럼 보수언론은 "전향도 하지 않는 비전향 장기수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줬다"고 허위 사실을 보도하며 정 전 장관을 집중 공격한 것이다. 종북 색깔 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전향 장기수'라는 '떡밥'이 국민 정서상 가장 잘 먹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법무부 확인 결과, 구속된 대북사업가 이 모씨는 비전향 장기수가 아니라 이미 1990년에 사상전향서를 쓰고 가석방된 전향 장기수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지금까지 사과는커녕 정정보도도 하지 않았다.

그 연장선에서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재임 당시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씨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줬다"고 논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종북 색깔론 집착이 얼마나 광적인지 여실히 드러난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구속된 대북사업가, 김영삼 때부터 사업승인‥정동영은 '추인'만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정동영 전 장관에 대한 종북 색깔 공세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과장 왜곡인가는 2005년 대북사업권 승인 과정과 내용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구속된 이 모씨의 대북사업권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최초로 승인해준 게 아니라는 점이다.

D무역 대표인 이씨는 이미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4도부터 정부로부터 대북사업 승인을 받아 '강서청산수'란 이름의 북한 생수 생산 및 반입 판매, 북한산 농산물과 주류(들쭉술)를 교역해왔던 대표적인 대북사업가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시절 이씨가 신청한 대북사업 내용도 신규 사업이 아니라, 기존의 강서청산수 공장 시설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건설자재를 북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통일부로선 남북 경협이 한창이던 시절인 데다, 이전 정부 때부터 아무런 문제 없이 대북사업을 계속 해왔던 이씨에게 갑자기 사업을 중단시켜야 할 이유가 없었다. 법무부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정권에서 이씨에게 대북사업을 승인해준 사실은 싹 감추고, 마치 정동영 전 장관이 최초로 이씨에게 대북사업을 승인해줘서 간첩활동을 하게 된 것처럼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구속된 이씨가 대표로 있는 D무역의 김영미 전 전무는 지난 6월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강서청산수라는 약수물 사업을 2005년에 새로 허가해준 것이 아니다"며 "이미 김영삼 정권 때인 94년부터 물을 들여와 국내 백화점과 농협 등지에서 팔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전무는 "2005년도에는 물(생수)이 유리병에 담겨있어 이를 페트병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건설자재를 북에 보내기 위한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마치 안 하던 사업에 대한 권한을 정동영 장관이 우리한테 특혜를 줘서 간첩활동을 할 기회를 줬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자 사실왜곡"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그나마 이 사업도 국내 판매도 해보지 못하고 남북관계 경색 때문에 사업이 중단돼버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간첩조작 사과 하루만에 '간첩 색깔론' 공세

이번 새누리당의 정동영 색깔론 논평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후보가 24일 박정희 시대의 간첩조작 사법살인인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하루 만에, 새누리당이 야당 핵심인사에게 근거가 미약한 '간첩방조 색깔론' 공세를 펼치면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이중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의 초조함이 전매특허인 색깔론 공세로 나타나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GPS 간첩 사건' 자체도 경찰과 보수언론이 지난 5월 통합진보당의 종복 논란에 편승해 '종북몰이'와 '종북장사'에 이용한 사건이라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GPS 간첩 사건은 검찰 수사와 일부 언론의 심층 취재를 거치며 혐의 내용 대부분이 사실 확인이 안 됐거나 거짓 정보가 부풀려진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모씨 등이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의 신원과 실체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검찰이 지난 6월 21일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간첩 혐의 대부분이 근거가 미약하다며 간첩죄로 기소하지 않고, 형량이 크게 낮은 '간첩 예비·음모' 혐의로만 기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각에선 간첩조작 사건에 가깝다고 얘기할 정도다.

민주당 "박근혜 사과,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해야"

새누리당의 황당한 색깔 공세에 민주당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민주당은 25일 김영근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간첩 조작·생산당'이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근혜 후보의 직접 사과도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논평 전문)

민주당은 특히 "박근혜 후보가 간첩조작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하루 만에 정동영 전 장관에 대해서 색깔공세를 한 것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이중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민주당 핵심 인사의 7년 전 정당한 장관직 직무 수행을 들춰 '종북장사'로 국면을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며 "소도 웃을 비열한 작태이며 또다시 '자폭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27일 "집권당이 명백하고도 중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해 야당 핵심인사에 종북 색깔론을 뒤집어씌워 놓고,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용 수정은커녕 오히려 서울시당 트위터를 통해 거짓 정보를 지속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며 아연실색했다.

이 당직자는 "새누리당은 논평 한번 낸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정동영 전 장관이 그 유명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준 걸로 알고 '정신 나갔다'고 할 게 아니냐"며 "정 전 장관이 입은 엄청난 명예훼손에 대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어떤 식으로든 사과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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