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사설] 여당 원내대표가 선관위 중립성 위협하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8일자 사설 '[사설] 여당 원내대표가 선관위 중립성 위협하다니'를 퍼왔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현기환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선관위를 그냥 놔둘 일이 아니다”라는 등의 협박조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어제 공식 ‘입장’을 발표해 “공당의 원내대표가 선관위의 조처를 폄훼하고, … 나아가 선관위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중앙선관위가 수사의뢰한 내용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늑장 수사와 봐주기 수사로 일관한 검찰의 잘못은 제쳐놓고, 엉뚱하게 선관위에다가 협박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더구나 여당 의원들에게 국회 상임위에서 책임을 추궁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선거중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이 원내대표는 엊그제 의원총회 앞머리에 “현기환 전 의원이 무혐의를 받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선관위가 아주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며 “이런 식으로 하는 선관위라면 그냥 놔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 한발 나아가 “여기에 관계되는 상임위에서 이 부분의 책임을 규명해서, 선관위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해당 상임위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다가오는 국정감사 등에서 선관위를 공격하라는 종용이니, 본말이 전도된 적반하장의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사건 직후 현 전 의원 등을 즉각 출당조처하고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태도를 보이다니 표리부동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검찰 수사가 잘못됐음은 지난 25일 현영희 의원만 불구속기소하고 현 전 의원은 무혐의 처리한 뒤 대부분의 언론이 검찰을 비판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이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선관위는 지난해 지방선거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오히려 여당 편향의 행보로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겨우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선관위에 여당 원내대표가 찬물을 끼얹은 꼴이니 대선을 앞두고 공정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짓이 아닐 수 없다. 행여 여당 의원들이 이 지침대로 국감장에서 선관위를 겨냥해 황당한 공세를 펴지 않을까 걱정된다.이 원내대표는 과거 “민주당의 구태정치가 묻지마 살인 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등 문제발언으로 여러차례 입길에 오른 적이 있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수준을 반영한다. 원내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기 바란다. 그리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면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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