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사설]도덕해이 잇따르는 고리원전, 국민은 불안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6일자 사설 '[사설]도덕해이 잇따르는 고리원전, 국민은 불안하다'를 퍼왔습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또다시 발칵 뒤집히는 일이 일어났다.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마약을 한 혐의가 발각된 것이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어제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소속 직원 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된 두 사람은 고리원전 주변을 무대로 활동하는 폭력조직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해 사무실 등지에서 이를 상습적으로 투약해왔다고 한다.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기 이전에 소름부터 돋는다. 고리원전은 이미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가 가동되고 있어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는 곳이다. 지난 2월의 정전사태와 이를 한 달 동안이나 은폐한 사건만으로 국민은 충분히 놀랄 만큼 놀랐다. 이로 인해 김종신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7월에는 대규모 납품비리 사건이 터져 직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당시 한수원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신문 광고를 통해 환골탈태를 다짐했고, 그런 각오를 담아 지난 5일 김균섭 사장이 강도 높은 쇄신책으로 ‘국민 불신 해소 및 경영난국 타개를 위한 경영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안전 불감증과 근무기강 해이가 이렇게 바닥도 없이 꼬리를 물고 드러나는데 어떻게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민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고리원전 반경 30㎞ 이내 주민의 74%가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먹이는 것조차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원전이 터져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고 했다던 주민의 말이 오히려 더 실감나게 들릴 지경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안전 문제를 책임질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다시 한번 의심케 했다. 우리가 수없이 지적했듯이 원전의 안전과 그에 대한 신뢰는 투명한 운영과 주민 참여,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백번의 다짐과 환골탈태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국회·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라든가 지방자치단체가 원전 건설과 가동, 수명 연장 등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법, 원자력안전위원회설치법, 원자력손해배상법, 방사성폐기물관리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국회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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