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안철수와 권도엽의 다운계약서는 왜 판박이일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9일자 기사 '안철수와 권도엽의 다운계약서는 왜 판박이일까?'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후보(무소속)와 부인이 과거 부동산 매매거래때 작성했다는 ‘다운계약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안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당시 다운계약서가 불법인지, 불법은 아니지만 세금 탈루는 맞는지, 아니면 정상적인 거래신고로 세금 탈루조차 아니었는지 등의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의견 충돌이 분분하다.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국토해양부의 현 수장인 권도엽 장관이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과거 다운계약서 문제로 논란을 빚고 해명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지난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도입한 주무 부처이기 때문이다.권 장관은 지난 2005년 경기도 분당의 빌라를 5억4250만원에 매입하면서 분당구청에 매매가를 공시가격인 3억4400만원으로 낮춰 신고했다. 5억4250만원은 권장관이 지난 2006년 공직자 재산신고를 하면서 밝힌 매입 금액이었고, 야당 의원들이 분당구청 신고가격과의 차이를 문제삼았다. 권장관은 당시 청문회에서 “아주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보니까 위법한 것은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운계약서 등을 막기 위해 실거래가 신고제를 도입했지 않느냐. 잘못된 것에 대해 사과해야하지 않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책이 이어지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당시 비상이 걸린 국토부는 언론에 해명자료까지 배포했다. 국토부는 이 해명자료에서“당시 연립주택 매입(2005년 5월)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 제도’가 시행된 2006년 1월 1일 이전에 이루어진 매매 계약으로서, 2006년 1월 1일 이전까지는 취득 신고시 지방세법상 시가표준액 이상으로 신고하면 위법이 아니어서 동 금액으로 신고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면서 “이러한 신고 관련 모든 업무 처리는 법무사가 대행하였다”고 밝혔다.권 장관의 다운계약서 사례는 하나 더 있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를 1996년 2억8000만원에 매입해 2005년 3억2500만원에 팔았지만 구청에는 2억1900만원으로 매매가를 낮춰 신고한 것이다. 이는 권장관의 협조로 산본 아파트를 구매한 상대방이 취·등록세를 덜낼 수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해명자료를 내 “2005년 6월 산본아파트 매도시 소득세법상 양도세 과세표준은 양도 당시 기준시가였고, 후보자는 1가구 1주택자로서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아니었으며, 매입에 따른 취·등록세는 매수인이 신고한 내용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안 후보와 권 장관의 다운계약서 2건은 마치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모두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 제도가 시행된 2006년 이전에 생긴 일인 데다, 한 건은 주택을 살 때 또다른 한 건은 다른 주택을 팔 때 신고가액을 낮추면서 벌어진 것이라는 점이 같다. 더욱이 두 사람이 매각한 아파트는 1가구 1주택자로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이었다는 점도 일치한다.전문가들은 2006년 이전에는 주택 매수자가 관할 시·군·구에 거래사실을 신고할 때 ‘실거래가’ 개념이 아예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의 해명처럼 당시에는 신고가격이 시가표준액보다 높을 때는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취·등록세를 부과하고 그 반대일 때는 시가표준액을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5년 당시 권 장관처럼 시가표준액(주택공시가격)과 똑같은 금액으로 매매 신고를 해도 세법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안수남 다솔세무법인 세무사는 “2006년 이전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의 신고내역을 다 까보면 99% 이상이 시가표준액이나 약간 웃도는 정도로 돼 있을 것”이라며 “검인계약서 신고와 등기신청을 법무사가 대신 처리했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만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매수자 스스로 등기신청을 처리하면서 검인계약서에 실거래가를 그대로 신고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신고를 받는 구청 직원조차 과중한 세부담을 안내하며 말렸을 것이라는 게 안세무사의 지적이다.두 사람이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것은 더욱 문제가 될 수 없다. 주택을 양도할 때 다운계약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통해 양도세를 탈루할 가능성 때문인데, 두 사람 모두 어차피 1가구 1주택자로서 양도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검인계약서든 이중 계약서든 상관없이) 어떤 종류의 다운계약서도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구청에 가격을 낮춘 검인계약서가 신고된 것은 그것이 주택을 판 두 사람의 ‘재량권’에서 벗어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즉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주택을 산 사람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가격이 얼마이든 파는 사람이 간여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세무 전문가들은 2006년 이전 ‘취득신고용 다운계약서(검인계약서)’는 엄밀하게 말해 다운계약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취득신고용 다운계약서는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실제보다 가격을 높인 ‘업계약서’나 가격을 낮춘 ‘다운계약서’와는 엄연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도세 탈루를 목적으로 국세청에 제출되는 이런 ‘이중 계약서’는 당시에도 적발되면 형사고발과 함께 세금 추징을 받았다. 또 2006년부터는 실거래가 신고의무제가 도입되면서 자치단체 취득신고 때 실거래보다 낮게 신고한 사실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주택을 사본 경험이 없는 무주택 국민이 안 후보와 권 장관을 비난하는데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어찌됐든 지금보다는 세금을 덜 내면서 주택을 사고파는 등 한때 기득권을 누렸다는 점에서다. 사과가 필요한 것은 이런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관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탈세를 한 것’이라는 평가는 맞지 않다는 게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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