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사설]‘곽노현 낙마’로 교육혁신 좌초해선 안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7일자 사설 '[사설]‘곽노현 낙마’로 교육혁신 좌초해선 안된다'를 퍼왔습니다.

대법원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이로써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잃고 잔여 형기 8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교육감 재선거는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서 선출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후임자인 곽 교육감까지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은 경위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후보 사퇴 후 그 대가를 목적으로 금전을 제공하거나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곽 피고인과 (상대 후보인) 박명기 피고인이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2억원을 주고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상 사후매수죄는 헌법에 위배되며, 2억원을 주고받은 것도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라는 곽 교육감 측 반박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다만 곽 교육감의 낙마가 그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온 교육혁신 정책의 후퇴로 이어져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무한경쟁의 압박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의 행렬을 보라. ‘학생도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려 한 곽 교육감의 정책방향은 서울은 물론 한국 교육 전체가 지향해야 할 바이다. 학생인권조례와 혁신학교 등의 정책이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하는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갖가지 방식을 동원해 곽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의 혁신정책 추진을 방해해왔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곽 교육감이 구속 수감되자 부교육감을 측근인 이대영 교과부 대변인으로 교체했다. 이 부교육감은 3개월가량 권한대행을 맡는 동안 주민 발의로 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재의를 요구하는 등 사사건건 혁신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권한대행을 ‘재수’하게 된 이 부교육감은 이 장관과 손발을 맞춰 교육개혁의 성과를 뒤로 돌리고 퇴영적 정책을 부활시킬 경우 시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와 여권도 곽 교육감 사태를 기화로 교육감 직선제를 흔들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에도 당부한다. 곽 교육감은 사후매수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헌재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 곽 교육감은 법원의 당선무효 판결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재선거로 신임 교육감이 선출된 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선고될 경우 교육현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헌재는 곽 교육감이 낸 헌법소원 사건의 심리를 조속히 진행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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