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지역신문 중요하다?’ 말로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8일자 기사 '‘지역신문 중요하다?’ 말로만!'을 퍼왔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8월 31일 문화부앞에서 지역신문 고사를 방임하고 있다면서 문화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신문을 비롯한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9월27일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에는 문화부 재정 최초로 4조원 달성이 눈앞에 있다며 내년 예산은 전년(올해) 대비 6.44%가 늘어난 3조 9천590억으로 편성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화부로서야 예산 4조원 시대가 눈앞이라니 반갑기도 할 것이고, 업적으로 여길만도 하겠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화부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예산이 2조 2천여억원,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각종 기금 예산이 1조 7천500여억원이다.
그 기금 예산에 끼어 있는 것이 지역신문발전기금이다. 114억원.
기금 예산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적은데, 올해 112억원에 비해 2억원이 늘었단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언론진흥기금이 240억원에서 238억원으로 2억원이 줄었고, 그 2억원이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증액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역신문발전기금 2013년 예산이 올해보다 2억원 늘었다니 참 고마워해야 할 일이나 문화부의 이러한 정부예산 편성 발표는 기실 달갑지 않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난해에 이어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 채 2012년 8월 현재 남아 있던 141억원에서 곶감 빼먹듯 편성한 사업예산이기 때문이다.
기금예산은 일반회계 예산처럼 한 해 쓰고, 쓴 후에 예산 세우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자면 매년 일반회계 예산으로 세우서 사업을 집행하면 될 것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부 공무원들이 뭘 몰라서 수백 억원의 예산을 기금으로 왜 세웠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역신문발전기금은 거의 출연되지 않았다. 이전 노무현 정부 때 적립했던 기금을 야금야금 빼먹는 일 이외에 기금 적립이란 딴 나라 얘기였다.
우리는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해마다 기금을 적립, 차질없이 안정적으로 기금이 운용되고 그것이 건강한 지역신문 발전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언론시장이 정상화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화부는 예산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우선은 내년에 쓸 예산이 있으니 내년 예산 다 쓰면 채워주겠다고 하는 답변을 들었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러나 문화부의 이런 답변을 사실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숨기고, 지역신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으며, 지금의 왜곡되고 삐뚤어진 언론시장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가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해 건강한 주간 지역신문들의 협의체인 바른지역언론연대, 신문통신노조협의회 등 관련단체에서는 민주당 배재정 국회의원의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보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이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었다.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거해 매년 시행해온 지역신문 지원제도는 법에 기금을 확보하고 3년마다 문화부가 발전계획을 수립해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지난해 당시 박선규 차관까지 나서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언론진흥재단 등 3자가 공동으로 거창하게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신문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2011년 40억원, 2012년 200억원, 2013년 200억원 등 총 440억원을 투입해 지역신문 지원사업을 수행하겠다고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2012년은 물론 더 나아가 2013년 정부예산 편성과정에서 문화부는 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어쩌면 하고자 한 의지가 없었다.
우리는 지난 8월31일 문화부 앞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보에 미온적인 문화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3년 기금 예산이 고갈되지 않도록 약속대로 예산을 확보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문화부의 입장을 더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문화부 미디어정책국장 및 정책과장 등 담당 실무자들과의 만남이었다.
당시 박영국 미디어정책국장은 지역신문 지원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허투루 여기지 않고 있다며 문화부의 진심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담당 과장은 2010년 언론관련 지원기구를 통폐합할 당시 문화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실제 지역 현장에 있는 우리들과 전체 언론을 담당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다를 수 있다는 것,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정책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지역신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작 기금 예산을 확보하지 않는 것은 문화부가 지금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자신들이 쓸 중요한 예산이 많은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지역신문 예산을 어떻게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느냐는 분위기 아니던가?
매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문제예산’으로, ‘미결예산’으로 신청하고 기재부가 거부해서 최종예산에 편성되지 않으면 자신들은 어쩔 수 없다며 은근슬쩍 넘어가버리는, 말하자면 ‘중요한 지역신문’이란 립서비스만 횡행하고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기금 예산이 고갈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언론을 총괄하고 있는 문화부가 당연히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부장관은 기금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는 국회 문방위 배재정 의원의 지적을 듣고는 내년 예산에 2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거짓말을 한 꼴이 되었고, 현재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다.
그래도 우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고갈 사태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문화부로, 국회로, 의원회관으로, 이리저리 발품 팔아가며 쫓아다녔다.
국회 문방위 위원, 예결위 위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다녔다.
입이 닳도록 지역신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공식적이지만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만남을 가지려 노력했다.
한 가지 구별되는 것이 있다.
이상하게도 새누리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의 인식과 지역신문 대표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대표는 흔쾌히 자리를 내주었으나 새누리당 이한구 대표는 건너들은 얘기로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역을 생각하는 기본 인식 차이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쿨하게.
우리는 다른 것에 비해 알량한 규모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구걸하려는 것이 아니다.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다.
심각하게 왜곡되고 종편으로 거대 언론재벌들에 온갖 특혜를 안겨준 잘못된 미디어정책을 눈꼽만큼이라도 바로잡고 언론시장의 정상화를 일구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당당하게 법에 명시된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없어지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결코 살아날 수 없다.
건강한 여론형성과 다양성 확보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창의성이 북돋는 사회는 곧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이해된다. 지역신문없이 온전한 지방자치 발전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도 없다.
그래서 지역신문에 대한 무관심, 지역에 대한 외면과 무지는 우리의 의식을 깨우는 각성제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이안재/옥천신문 대표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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