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간첩 자식으로 낙인찍힌 우린 사람이 아니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6일자 기사 '"간첩 자식으로 낙인찍힌 우린 사람이 아니었다"'를 퍼왔습니다.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박 대통령 각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 각하 저는 이번 민청학련 사건으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송상진의 아들입니다…(중략)…건전한 민주주의 교육을 해준 아버지께서 인혁당 당원으로 공산주의자라니 전혀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희 형이 경북고에 입학하여 입학금 때문에 걱정하던 중 아버지께서 친구에게 돈을 꾼 것을 공작금이라고 하니 억울할 뿐입니다…(중략)…대통령 각하 우리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시려고 무한히 바쁘신 줄 엄연히 알고 있지만 이 미미한 인간에게나마 은혜를 베풀어 주시면 무어라 존경과 숭앙을 표하겠읍니까…(중략)…경북 대구시 경상중학교 3학년 5반 송철환 올림 (송상진 선생의 아들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역사정의실천연대가 주최한 대담회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 씨는 "고(故) 송상진 선생님의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탄원서"라며 위의 탄원서 전문을 읽었다.
민주민족청년동맹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송상진 선생은 1975년 4월 2차 인혁당 사건 관계자로 지목돼 사형당했다. 대담에 참가한 고(故) 최종길 교수의 아들 최광준 씨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는 유신 정권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를 회고하며 "유신의 부활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37년 동안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보지 못해"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는 아버지를 잃은 후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지금 생각하면 생각하기도 싫은 삶"이라고 말문을 열며 "사람으로서 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1975년 8월 17일 장준하 선생이 약사봉 계곡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후인 1976년 4월 19일 밤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테러를 당했다. 이후 대수술을 받고 6개월 간 입원했다.
장 씨는 이 시절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살 방법도 없었다"고 표현하며 "퇴원하고 나서 집안 식구들이 살아가려는 방편으로 동생 둘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시집보냈다"고 회고했다.
"입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을 시집보냈다고 밝힌 장 씨는 "제주도로 시집간 여동생은 시집에 기대 살게 했다. 결국 지금 여동생 하나와 남동생 하나는 미국에 들어가서 아직도 영주권을 못 받고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37년 동안 가족이 한 자리에 다 못 모여봤다"고 한스러움을 나타낸 장 씨는 "이제 세상을 바꿔서 우리 가족도 한번 모여봐야겠다. 고생했단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성당에서 열린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대담회에서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간첩의 자식으로 낙인 찍혀 외국으로 도망치듯 유학
고(故) 최종길 교수의 아들 최광준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간첩의 자식으로 낙인 찍혀 초등학교도 여러 번 전학 다닌" 시절로 회상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교수였던 최종길 교수는 1973년 10월 19일 중앙정보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어 25일 당시 중앙정보부 차장 김치열은 "(최 교수가) 간첩혐의를 자백하고 중앙정보부 건물 7층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밝혔으나 후에 가혹한 고문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공문서 허위 작성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2002년 5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최종길 교수의 죽음이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아들 최광준 씨는 자신의 유학생활을 "외국에 유학을 간다기보다는 일단 국내에서는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 간첩의 가족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어린 마음에 외국에 가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국내에서 해결이 안 되면 외국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하며 "외국에선 아버지가 간첩일 리 없다고 이미 알고 있더라"고 밝혔다.
"박근혜, 2007년에도 형식적인 사과"
지난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16, 유신, 인혁당 사건으로 헌법 가치가 훼손됐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전한 사과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발언한 후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후 과거사에 대해 사과 발언을 하며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환한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호권 씨는 "2007년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시장과 싸움하던 박근혜 후보가 사과를 하겠다 해서 만난 적이 있다"고 회상하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사과를 했다는데 뭘 사과했는지 잘 모르겠고 깊은 내용이 없이 그냥 '사과하러 왔다' 이러고 가더라. 그것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최광준 씨는 "대통령 후보로서 지금 어떤 캠페인의 일환으로 하는 사과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며 "그런 사과는 불완전한 사과이며 다시 말해서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열린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유가족들의 기자회견 ⓒ연합뉴스
진상규명 위한 기구 찬밥 대접, 이래도 되나?
대담회 참가자들은 유신 정권이 자행한 의문사가 수없이 많다고 강조하며 의문사진상규명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최광준 씨는 "우리 사회에선 안타깝게도 이것(의문사진상규명)이 정치적 문제로 생각되는 것 같다"며 "과거 중앙정보부는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이 바뀐 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면 국정원이 '우리는 과거의 중앙정보부가 아니다. 발 벗고 나서서 진상 조사하겠다'고 나서며 과거와 단절하겠다고 해야 했는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씨는 "이것을 방해하는 정치적 세력이 있고 과거 독재자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위원장은 서류를 책상 서랍에 던져 놓더라"
장호권 씨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직을 위해 고군분투해왔지만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에 진상규명위원회 3기 출범을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토로했다.
장 씨는 "(당시) 각 기관의 협조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며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규모는 작더라도 정말 독립되고 권한 있는 제3기 진상규명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서명해 3기를 출범시키자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서류는 빛을 보지 못했다. 장 씨는 "법사위원장의 책상에 들어가 시기를 놓쳐 무산되고 말았다"며 "법사위원장이란 사람은 왜 자기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이를 잠가놨느냐. 바로 그 자신이 잘못된 친일과 군사독재의 잔재였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일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과거사가 제대로 규명됐겠느냐"고 반문한 장 씨는 "이제는 정말 과거사를 정리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이 발붙이지 못하고 그들이 국가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 법사위원장도 과거사 은폐의 공범으로 봐야 하니 모두가 그의 실명을 알 수 있게 해달라"는 청중의 요청에 장 씨는 "그자는 바로 여러분이 잘 아시는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고 자란 독버섯 중 하나인 김기춘이란 자"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장 씨는 장준하 선생의 암살의혹규명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박근혜와 함께 부활한 '군부 독재'의 망령 <기자수첩>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09일자 기사 '박근혜와 함께 부활한 '군부 독재'의 망령(기자수첩) '을 퍼왔습니다.

▲ ⓒ 뉴스타파24.
이길영 KBS 이사장, 김인규 KBS 사장, 김병호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강창희 국회의장.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군부 정부라 일컬어지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한자리씩 꿰찼던 인사들이다.
이길영 KBS 이사장과 김인규 사장, 김병호 공보단장은 모두 KBS가 '땡전뉴스'라고 비난받던 시절 각각 보도국장, 정치차장, 정치부장을 맡은 인물들이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땡전뉴스는 9시가 '땡' 하면서부터 전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하던 KBS 뉴스의 별명이다.
그런가 하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사법부가 이른바 '권력의 하수인'이라던 유신과 제5공화국 당시 법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31년만에 무죄로 판명 난 '학림사건'을, 1981년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 25명에게 중형을 선고한 인물이다. 또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196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유신정권 당시 대통령비서실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중 1985년, 제5공화국 중반 즈음 대우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당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활동하던 군인의 정치 참여 단체인 '하나회' 출신의 인사이다. 그는 육사 25기 출신으로 80년대 전 전 대통령의 부관을 지낸 인사이다. 그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퀸메이커'를 자칭한 '7인회'의 맴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7인회'는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을 필두로 친박(친박근혜) 원로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김 전 장관은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존재한다"라고 밝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단체의 구성원 총7인(김용환, 안병훈, 김용갑, 김기춘, 현경대, 강창희, 최병렬) 중 5명이 유신·군부 정권과 연관성이 있는 인사이다.
김 전 장관은 유신정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이어 재무부장관을 지낸 인사로 이 원내대표와 동서지간이다. 또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와 안병훈 전 2007년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각각 유신정권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조선일보)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안 전 본부장은 (조선일보)에서 부사장과 발행인까지 지냈다. 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은 중앙정보부 파견 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얼마전부터 70,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한 획을 긋던 쟁쟁한 인사들이 정치권과 언론계로 속속들이 돌아오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는 바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뽑혔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정권?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회가 어떻게 될지, 무섭고 두렵습니다. 솔직히 이명박 때보다 더 불안하네요"라면서 "이명박이 경제 패러다임을 3공으로 되돌리더니, 박근혜가 이어서 정치 패러다임마저 4공 유신체제로 되돌릴 모양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복귀한 인사를 따지고 봤을 때, 현정부가 제4공화국이었고, 차기 정부(박근혜 정권)가 제5공화국처럼 보인다. 실제로 MB정부 당시 제4공화국의 '막걸리 보안법'에 필적할 만큼 SNS와 인터넷을 규제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치 포털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신아무개 대표는 인터넷상에 '이명박 X새끼'라며 비방해 검찰이 고소했고, 현역 육군 장교는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또 제4공화국에 체포전담반 백골단은 컨텍터스와 같은 용역단체로 바뀌었고, 중앙정보부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로 바뀌었다. 이처럼 현정부와 군부독재 정권은 너무나도 닮은 것이 많다.
문제는 다음 정부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군부 독재가 끝났으리라 믿은 여론의 바람과 달리 그해 12월12일 전두환 대통령이 등장해 신군부 정권을 이끌어갔다. 대부분 방침이나 정부 형태는 박정희 정권과 동일하게 취했지만, 그 정치적 성향은 훨씬 엄혹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1212 쿠데타 후 5개월 뒤인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혈 진압이라는 사태가 벌어진다. 군대가 국민을 향해 총을 발포한 것이다.
현정부가 제4공화국이며, 차기 정부를 잡는 인물이 제5공화국이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MB정부를 두고 일각에선 "유신만 하면 박정희 정부와 똑같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정황상 지지율만 두고봤을 때, 차기 정권 창출의 가능성이 가장 큰 박 후보와 그 주변 대다수 인사가 80년대 신군부 세력 출신이라는 점은 우연 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 2008년 12월, MB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향신문)이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63.2%가 '지난 1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매년 후퇴하지는 않았겠지만, 현정부의 국정운영 평가를 하는 여론조사에서 연일 20%대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봐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트위터 여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권을 잡았을 때, 민주주의는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현정부의 정책·방침을 이성적으로 평가한 뒤, 청산할 것은 청산해야 하는 것은 차기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현재보다 훨씬 더 엄혹한 30년 전 정치·사법·언론 등에서 활동한 인사를 중심으로 정치를 시작한다면 현시대의 흐름에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사형집행 부활’ 목소리에 시민단체·야당 “과거 회귀” 비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4일자 기사 '‘사형집행 부활’ 목소리에 시민단체·야당 “과거 회귀” 비판'을 퍼왔습니다.
ㆍ처벌 위주에 인권은 실종
최근 어린이 성폭행이나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흉악범죄자들의 사형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사문화된 불심검문과 20여년 전 위헌 판결이 난 보호감호제도까지 부활할 조짐이다. 이들 대책은 범죄억제 효과는 입증되지 않은 채 오히려 범죄를 흉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사안이다. ‘묻지마 범죄’ 탓에 ‘묻지마 대책’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는 살인이나 공안에 심각한 해를 끼쳤을 때뿐이다. 살인이나 존속살인, 강도살인, 강간살인이나 내란, 외환, 간첩, 모병이적, 건조물 방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1992년 아홉 살 때 자신을 강간한 남성을 살해한 김부남 여인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불안한 엄마들 학부모들이 4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이후 자녀들을 데리러 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 연합뉴스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뒤 성폭력 사범에게도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1997년 12월30일 김영삼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뒤로 사형은 선고형량으로만 남았다. 실제 집행은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흉악범죄는 무기징역형으로 바뀐다. 최근 주장은 성폭행범들을 사형에 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형집행은 아직도 논란이 많다. 수형자 수가 300만명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살인 이외의 범죄자를 사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8년 살인이 아닌 아동 성범죄범에 대한 사형 선고는 ‘가혹한 처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위반이라며 위헌을 선고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4일 국회 브리핑에서 “사형제는 ‘억울한 죽음’이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보수세력이 손쉬운 방식으로 반사회적 흉악범죄에 맞서려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도 “거의 15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서 사형폐지 국가로 인정받은 흐름을 뒤집어서는 안된다”며 사형집행에 반대했다.
20여년 전에 위헌이 선고되면서 폐지된 보호감호도 부활할 움직임을 보인다. 검찰은 최근 전국강력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보호수용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살인, 성폭력, 방화, 흉기상해 등 특정 강력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범죄자라도 재범 위험성을 판단해 일정 기간 사회와 추가로 격리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89년 보호감호를 규정한 사회보호법 제5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보호감호는 형벌이라는 이름으로 자유형을 복역하고 다시 보호감호라는 이름으로 자유형을 복역하는 것과 다름없어 거듭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법을 고쳐 계속 존속시키려 했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완전 폐지했다.
경찰의 불심검문도 저인망식 사회감시라는 경찰국가의 태도다. 불심검문은 경찰관이 사람을 불러세워 질문을 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이다. 대상은 거동이 수상하거나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람이다. 아무런 근거나 영장도 없이 사실상 압수수색을 벌이는 셈이어서 헌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큰 행위다. 이 때문에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면서 없어졌다.
법원의 한 형사부 판사는 “보호수용제나 사형집행 요구는 제대로 된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복수감정의 해소에만 집중돼 있다”며 “실제로 범죄예방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원 관계자도 “형벌을 강화할수록 수사를 피하기 위해 그만큼 범죄가 잔인해지는 면도 있다”며 “무조건적인 형벌 강화가 범죄자들을 자제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2012년 9월 3일 월요일
2년만에 부활한 '불심검문' 범죄예방?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02일자 기사 '2년만에 부활한 '불심검문' 범죄예방?'을 퍼왔습니다.
SNS"정부를 불심검문하고 싶다"
나주 초등학생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 서울 여의도 대로변에서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의 범죄가 이어지자 경찰은 강력범죄 사전 차단을 명목으로 '불심검문'을 2년만에 되살렸다.
경찰청은 이달부터 "특별방범 활동 차원에서 대로상에서 불심검문을 적극 시행하라"는 지침을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내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청은 우선 다세대 주택가와 지하철역 등 범죄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불심검문은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는 의심을 살 만한 사람을 경찰관이 세워놓고 질문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는 행위로 만약 검사 대상자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있다면 지구대나 파출소로 임의 동행을 요구해 최대 6시간 동안 조사할 수 있다.
한편 불심검문은 2010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인천의 한 경찰서장과 지구대장에게 서면경고와 직무교육을 권고한 이후 현장에서 사라졌다.
이 소식을 접한 트위터 이용자들은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공분하고 있다.
가난은 나라도 해결 못한다며 복지에 팔짱만 끼고 있던 국가가 불심검문 따위를 가지고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겠다는데,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uhmkih*****@uhm****)
국민을 불심검문하려는 정부를 불심검문하고 싶다(강**@kang****)
불심검문 확대는, 일반시민들을 쫄게 하는 효과는 확실히 있는데, (아동)성폭력범을 검거하거나 위축시키는 효과는 얼마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음. 효과예상치에 대한 자료를 공표하시기 바람(한**@trutht****)
96년에 신촌로타리에서 검문 걸렸는데 (선배들이 가르쳐 준대로) 소속 밝히라고 했다가 뒤통수 맞고 책가방 털렸다. 책 한권 없이 MT 때 먹다 남은 자갈치 한 봉지 나와서 구경하던 형사가 "무슨 대학생 가방이 이래요"라며 피식. 불심검문 반대한다!!(임시방편****@fatboyr****)
경찰은 국민의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서 폐지되었던 '불심검문'을 2년만에 부활시킨다고 하는군요. 본인들의 무능을 왜 국민의 불편함으로 전가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좀 지나면 야간통금하고 미니스커트 길이 재겠습니다, 그려?(파워트위터리안/레인메이커@mettayoon)
제주올레길사건 생각해봐. 동네사람들이 다 범인을 착하고 얌전한 사람이라고, 그럴 사람 아니라고 했잖아. 불심검문? 웃기셔들. 그냥 국민을 강력통제하고싶은데 좋은 핑계가 생겼던거지?(형*@hyou****)
이 정권은 실업 빈곤 소외 같은 범죄의 사회적 원인엔 관심 없고 오직 강력범죄 예방위해 불심검문 강화하겠단다! 이제 모든 국민은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1항에 따라 범죄예정자다! 80년대 군사정권때처럼 강제검문과 몸수색 가방 뒤지는게 일상이 될 것이다!(노동자****@lab****)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정통부 부활? 방송위 부활?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0일자 기사 '정통부 부활? 방송위 부활?'을 퍼왔습니다.
대선 향배에 맡겨진 방송·통신 기구개편 논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12월 대선에서 차기 정부기구 개편 논의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ICT 컨트롤 타워”, “ICT 통합 거버넌스” 등을 표방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옛 정보통신부 체계로 확대 재개편하려는 논의를 여·야 대선후보캠프에서 정책 공약화하면서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론·시민사회는 매체와 콘텐츠 규제는 정치적인 독립성이 절실한 만큼 합의제 위원회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부활에 불을 지핀 인물은 이병기 전 방통위 상임위원(서울대 교수)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캠프의 방송통신정책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병기 전 상임위원은 지난해부터 “ICT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정보통신부 부활’을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이병기 전 위원의 주장은 지난 2월 “정통부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박근혜 의원의 의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정통부 부활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인 손학규 후보 측은 최근 “정보통신부가 부활해야 한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손학규 후보의 ‘정통부 부활론’은 민주당의 당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손학규 후보는 당대표를 하던 지난해 8월 ‘민주당 IT 정책수립을 위한 10대 이슈 토론회’에서 “하드웨어 산업에만 치중하다가 최근 소프트웨어 관련 위기가 닥치자 허둥지둥대고 있는 양상”이라며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폐지로 IT 국가발전의 틀이 무너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손학규 당대표 체제가 아니었던 때에도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정보통신부를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해 왔다.
한명숙 당대표 체제였던 지난 2월 최고위원회에서 문성근 당시 최고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할 때 정부조직을 민주정부 10년을 부정하는 요소, 위인설관의 요소로 정부조직을 개편했다”면서 “그때 사라진 정통부, 과기부, 해양수산부는 반드시 부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6일 이용섭 정책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동안 R&D(연구개발) 부분의 퇴조를 지적하며 “과학기술부, 정통부가 폐지돼서 과학 기술인들의 사기를 꺾어놓고 과학기술 지표가 날로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정보통신부를 방통위와 지식경제부로 나눠 해체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재와 미래에 우리를 먹여 살릴 부처를 폐지한다니, 그 사고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말은 프레시안 ‘김대중 평전’에 실리면서 유명해졌다.
18대 국회의원 가운데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만이 정통부 부활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용경 전 의원은 “과거 정보통신부로 돌아가면 좋은 곳은 통신재벌들 밖에 없다”면서 “통신정책을 (위원회 체계로)국민들에게 개방한 것은 중요한 진보”라고 강조했다.
옛 방송위 확대 개편 목소리도
정보통신부 부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큰 의견 차를 보이지 않지만 언론·시민사회는 고개를 젓고 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성한 미디어네트워크 정책보고서에서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정책 집행의 효율, 효과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방통위가 그렇지 못한 것은 결국 시스템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수현 위원은 정보통신부분과 합의제 방송위원회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 융합형방송서비스,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수신하는 정보사회서비스(인터넷 포탈, SNS 등)와 관련한 콘텐츠 진흥에 관한 사항 등은 합의제 위원회 체계를 유지하고 기간통신산업, ISP, 기계 관련 ICT 산업는 별도의 독임제 부처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는 방안이다.
이러한 기구 개편안은 ‘통합 ICT 콘트롤 타워’, ‘매체부터 통신까지 규제와 진흥을 모두 포괄하는 거대 정부 부처’를 그리는 정치권의 생각과 차이가 크다. 현행 방통위에서 방송, 매체, 콘텐츠를 강화해 옛 방송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네트워크, 단말기 등 산업적, 행정적 규제가 필요한 측면을 정부 부처로 분리하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네트워크에서 관련 논의를 함께 수행한 박석철 언론학 박사는 “새 정부의 기구개편은 원칙적으로 역무를 구분하고 매체나 콘텐츠와 같이 규제와 진흥에 있어 정치적인 독립이 필요한 측면은 합의제 위원회로, 행정적 규제가 필요한 측면은 독임제 행정기구로 나눠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박석철 박사는 “기구개편 논의는 대선이 끝난 후 내년 1월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이때까지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대 정통부 부활, 누가 원하는가?
과거 ‘전자정부’부터 ‘방송 주파수 할당,’ 포털 규제와 같은 콘텐츠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했던 거대 정부조직으로서의 정통부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곳은 거대 통신사들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정통부 부활을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곳은 통신사일 것”이라며 “과거 장관을 필두로 한 수직적 정부조직만 상대하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위원회 체계가 되면서 장관 같은 (상임)위원들이 5명이나 생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과거 정통부 시절은 관련 과장들이 직접 정책을 입안하고 장관의 결재만으로 각종 규제가 바뀌던 때”라며 “정통부 출신들 가운데는 정통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직도 스마트TV가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관련 규제조항조차 없고 행정적인 지도 역시 없다”며 “방통위가 되면서 기본료 1,000원 인하 같은 포퓰리즘 정책들과 빠른 정책적인 판단의 실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정통부 때가 정책적 소통이 매끄러웠던 것 같다”면서 “통신정책에 있어서는 통합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절실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KBS 시사투나잇 부활 대신 요리프로 신설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4일자 기사 'KBS 시사투나잇 부활 대신 요리프로 신설 논란'을 퍼왔습니다.
FD들 “노사합의 위반, 집단행동 돌입”… “탐사보도·시사제작 강화한다더니”
KBS가 파업 이후 노사합의에 따라 추진 중인 일일 시사프로그램 부활 논의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내부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 해당 시간대에 요리 프로그램이 신설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KBS 시사교양 PD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KBS 시사교양 PD들은 24일 낮 총회를 열어 KBS 경영진이 과거 ‘시사투나잇’과 같은 일일(데일리) 시사프로그램 부활 약속을 해놓고 사실상 손을 놓은 채 대신 요리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며 오는 26일부터 팻말농성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일일시사프로그램에 대해 KBS PD들은 “95일 간의 파업 끝에 ‘탐사보도와 시사제작 기능을 강화한다’는 노사 합의로 추진되던 것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틀을 갖춘다는 의미를 갖고 있던 것”이라며 “현재까지 KBS 간부들이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을 두고 보여준 태도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시사교양 PD들이 추진중인 시사교양프로그램은 파업 직후 프로그램 제안 공모를 통해 지난달 말 최종 단계까지 통과해 8시에서 8시30분 대에 편성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던 상황이었으나 2주가 지난 현재 이 같은 논의는 사라진 채 ‘세계의 식탁’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대신 신설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KBS 시사교양 PD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이 갈 곳 없이 사라지는 동안 그 자리를 교양국에서 추진 중인 요리 프로그램이 차지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때문”이라며 “‘세계의 식탁’이 오는 9월 23일 첫 방송 날까지 받아서 벌써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KBS PD들은 “이는 도대체 어느 나라 방송국의 편성 기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전용길 콘텐츠 본부장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제안공모 절차만 통과되면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나서겠다고 이미 여러차례 공언한 전용길 콘텐츠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노사협력위원회도 거듭 확인했지만, 막상 제안 공모를 통과한 지금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한다, 광고가 안 팔릴 것이라 한다’는 등의 피예를 대며 약속을 번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성도 KBS 새노조 정책실장은 24일 “프로그램 공모까지 통과한 시사프로를 놔두고 요리 프로를 하겠다고 현재 해외촬영까지 나가 있는 상태”라며 “내부에 시사프로 부활을 반대하는 기류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오는 26일부터 집단행동에 들어가 일일 시사프로 편성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7월 5일 목요일
'공정보도' 명분 복귀 한 달 KBS, '김비서'가 달라졌어요!?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4일자 기사 ''공정보도' 명분 복귀 한 달 KBS, '김비서'가 달라졌어요!?'를 퍼왔습니다.
'불법사찰' 이어 'MBC파업'도 곧 방송…"생색내다 끝날까 우려도"
'공정방송 쟁취'와 '김인규 사장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을 벌였던 KBS 새 노조가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한 지 곧 한 달이 된다. 당초 파업의 목표였던 '김인규 사장 퇴진'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대신 공정방송 실현의 장치로 '대선 공방위 구성' '탐사보도팀 부활' 등을 얻어냈던 새 노조는 6월 8일 파업을 접으며, 현업에서 '보도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김비서'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KBS. 새 노조의 보도투쟁으로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미디어스)는 새 노조 파업 종료 한 달을 맞이하여 보도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했다.
◇ 복귀 이후 '희망버스' '민간인사찰' 방송
새 노조가 현업에 복귀한 뒤, KBS에서는 '예전 같았으면 볼 수 없었을' 아이템이 줄줄이 방송되고 있다. 6월 24일 (취재파일4321)은 '희망버스 1년 그 후…' '만화, 시대를 그리다'를 다뤘으며, 지난 3일에는 (시사기획 창)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정면으로 다뤘다. 모두 새 노조에 소속된 기자들이 취재한 아이템이다.

▲ 7월 3일 <시사기획 창> '민간인 불법사찰'(윗쪽)과 6월 24일 <취재파일4321> '희망버스 1년 그 후...'(아래쪽) 캡처
(시사기획 창)의 한 제작진은 "우리가 보도해야 했음에도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제대로 해보자는 결기를 가지고 복귀했다. 민간인 사찰의 경우, 깊이있게 정리한 방송프로그램은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이 아이템을 다루게 됐고, 통상적으로 한 기자가 한 아이템에 대해 3~4달씩 취재하는데 이번엔 3명의 기자가 제작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그는 "시사기획 창의 경우, 파업 전에도 나름대로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윗선에서 우리의 보도에 대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인 경우가 몇번 있었으나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았다"며 "100일 가까이 월급 내놓고 싸웠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복귀 이후 KBS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공정보도를 하겠다는) 기자들의 결기가 강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막아서지 않는다. 노골적 압박이 분명히 줄어들었다"고 전하며, "파업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6월 12일 KBS (뉴스9)의 '전두환 하나회 골프' 단독 보도의 경우에도 비조합원이 리포트한 것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달라진 사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시 KBS (뉴스9)는 14번째 리포트 '정부 골프장서 골프'에서 "최근 육사에서 사열을 받은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늘은 수도권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골프장은 국가보훈처 소유고, 골프장 사장은 하나회 출신 육군 예비역 장성"이라며 "취재진이 (촬영을 막는) 직원들에게 붙들린 사이 측근들과 함께 골프를 끝낸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기자는 "당시 KBS 뉴스가 전두환 사열 논란을 다루지 않아서 비난 여론이 매우 거세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이 취재를 막는 탓에)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보한 게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 보도를 9시 뉴스에 전진배치시킨 것은 눈치를 본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추적60분, 시사기획 창도 'MBC파업' 다룬다
전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MBC 파업' 역시 (추적60분)이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당초 권순범 KBS 시사제작국장은 새 노조 소속의 제작진이 MBC 파업 취재 기획안을 제출하자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MBC 파업 취재를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일 (추적60분) 제작진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자 4일 오전 MBC 파업을 다루기로 합의했으며 제작진들은 곧바로 취재에 돌입했다. 방송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사기획 창)도 MBC 파업을 비롯해서 쌍차 등 노동자 파업 문제에 대해 10일 방송할 예정이다.
탐사보도팀 부활, 지지부진…여전한 문제들

▲ 6월 27일 새 노조 공추위 보고서
그러나, 새 노조가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얻어냈던 탐사보도팀 부활, 대선검증팀 구성 등의 문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후보검증을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팀이 구성되어 심층 취재에 나서야 하지만, 관련 논의는 좀처럼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경영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는 "보도본부에 탐사보도팀, 대선검증팀을 두기로 했으나 몇명으로 할지, 누구를 보낼지, 운영은 어떻게 할지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현업 복귀 이후 어느정도 성과가 있으나 9시 뉴스를 보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도 힘들어 긴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6월 27일 주간보고서를 내어 △6월 21일 KBS (뉴스 9)이 '가뭄으로 식수가 말랐다'고 보도하면서도 정작 당시 논란이 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으로 가뭄극복'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고, △6월 15일 대법원의 PD수첩 승소 판결에 대해서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보고서에서 "KBS의 보도행태는 누가 봐도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 관련된 보도에는 철저히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이 이꼴을 보자고 수신료를 내서 공영방송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KBS가 '김비서'라는 오명을 듣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던 정부여당 편향의 정치보도 역시 달라진 게 없다. 정치부 기자들 가운데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새 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경영 KBS 새 노조 간사는 "정치부에 1~2명이 새 노조 소속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정치보도가 바뀌기 힘들다. (정부여당 편향의) 정치보도는 여전하다"며 "출입처 시스템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출입처-기자 유착으로 연결되기 쉬운데 특히 정치부 쪽이 심하다. KBS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사들이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화이자 행태이기 때문에 한번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자는 "복귀 이후 물론 변화가 있긴 하지만, 이대로 생색만 내다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보도본부장, 사장이 그대로이지 않느냐. (구조적으로) 아직까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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