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4일자 기사 '‘사형집행 부활’ 목소리에 시민단체·야당 “과거 회귀” 비판'을 퍼왔습니다.
ㆍ처벌 위주에 인권은 실종
최근 어린이 성폭행이나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흉악범죄자들의 사형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사문화된 불심검문과 20여년 전 위헌 판결이 난 보호감호제도까지 부활할 조짐이다. 이들 대책은 범죄억제 효과는 입증되지 않은 채 오히려 범죄를 흉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사안이다. ‘묻지마 범죄’ 탓에 ‘묻지마 대책’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는 살인이나 공안에 심각한 해를 끼쳤을 때뿐이다. 살인이나 존속살인, 강도살인, 강간살인이나 내란, 외환, 간첩, 모병이적, 건조물 방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1992년 아홉 살 때 자신을 강간한 남성을 살해한 김부남 여인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불안한 엄마들 학부모들이 4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이후 자녀들을 데리러 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 연합뉴스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뒤 성폭력 사범에게도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1997년 12월30일 김영삼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뒤로 사형은 선고형량으로만 남았다. 실제 집행은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흉악범죄는 무기징역형으로 바뀐다. 최근 주장은 성폭행범들을 사형에 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형집행은 아직도 논란이 많다. 수형자 수가 300만명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살인 이외의 범죄자를 사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8년 살인이 아닌 아동 성범죄범에 대한 사형 선고는 ‘가혹한 처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위반이라며 위헌을 선고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4일 국회 브리핑에서 “사형제는 ‘억울한 죽음’이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보수세력이 손쉬운 방식으로 반사회적 흉악범죄에 맞서려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도 “거의 15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서 사형폐지 국가로 인정받은 흐름을 뒤집어서는 안된다”며 사형집행에 반대했다.
20여년 전에 위헌이 선고되면서 폐지된 보호감호도 부활할 움직임을 보인다. 검찰은 최근 전국강력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보호수용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살인, 성폭력, 방화, 흉기상해 등 특정 강력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범죄자라도 재범 위험성을 판단해 일정 기간 사회와 추가로 격리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89년 보호감호를 규정한 사회보호법 제5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보호감호는 형벌이라는 이름으로 자유형을 복역하고 다시 보호감호라는 이름으로 자유형을 복역하는 것과 다름없어 거듭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법을 고쳐 계속 존속시키려 했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완전 폐지했다.
경찰의 불심검문도 저인망식 사회감시라는 경찰국가의 태도다. 불심검문은 경찰관이 사람을 불러세워 질문을 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이다. 대상은 거동이 수상하거나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람이다. 아무런 근거나 영장도 없이 사실상 압수수색을 벌이는 셈이어서 헌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큰 행위다. 이 때문에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면서 없어졌다.
법원의 한 형사부 판사는 “보호수용제나 사형집행 요구는 제대로 된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복수감정의 해소에만 집중돼 있다”며 “실제로 범죄예방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원 관계자도 “형벌을 강화할수록 수사를 피하기 위해 그만큼 범죄가 잔인해지는 면도 있다”며 “무조건적인 형벌 강화가 범죄자들을 자제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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