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강남 침수는 서초구의 헛공사도 원인… 삼성사옥 통로 승인하며 하수관 옮겨”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5일자 기사 '“강남 침수는 서초구의 헛공사도 원인… 삼성사옥 통로 승인하며 하수관 옮겨”'를 퍼왔습니다.

ㆍ감사원 지적… 서울환경연 “지하주차장 저류조로 쓰자”

서울 서초구가 강남역 부근 침수에 대비해 공사비 262억원을 들여 하수관(거)을 확충했지만, 부적절한 곳에 설치한 탓에 침수 피해는 지속될 것이라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실제 강남에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내렸던 지난 8월15일, 하수관이 확충된 이후임에도 강남·사당·선릉역 일대 도로에는 무릎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차오르고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여름철 강남역 부근 침수 원인이 물을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불투수 도로포장과 저지대 등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서초구의 부적절한 행정처리라는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4일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5월 ‘강남대로 침수예방 사업 추진 부적정’이라는 제목으로 서초구에 주의요구·통보 공문을 보냈다. 

서초구는 강남대로 구간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10년 빈도의 강우(시간당 75㎜)에 침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빗물이 모여 흐르는 하수관을 확충하는 ‘강남대로 하수암(관)거 확충 및 저류조 설치공사’를 2007년 시작해 2012년 5월 준공했다.

감사원은 “서초구가 2007년 삼성전자 신축사옥과 강남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연결통로 설치를 승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설계 중이던 강남대로 하수관과 삼성전자 서초사옥 쪽 지하통로가 서로 부딪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초구 건축과는 기존 하수관이 통과하는 곳으로 강남역 8번출구와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연결되는 지하통로 설치를 승인했고, 이에 따라 실시설계 중이던 하수관 위치는 강남역 4번출구의 한 빌딩 지하로 변경돼야 했다. 하지만 그곳도 이미 사용 중인 공간이어서 강남대로 하수관 설계는 또다시 바뀌었다. 마지막 강남대로 하수관 설계안에는 물이 흐르는 방향과 반대가 되는 역경사 구간이 포함됐고, 하부구조물과 하수관이 접촉하도록 돼 있었다.

감사원은 “이곳은 지하층이 지상층보다 3m가량 튀어나와 있어서 도면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구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야 시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설계안을 바꾸더라도 10년 빈도의 강우 강도에도 침수되지 않도록 시공 적정성을 정확히 검토해야 하는데 서초구는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0년 빈도의 강우 발생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대로 맨홀 4개에서 시간당 81㎥의 물이 솟구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62억원을 들여 강남대로 하수관을 확충하고도 강남역 일대에 지속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습침수지역이던 우성아파트 사거리부터 강남역 구간까지 하수암거를 신설하는 공사였고, 하수관은 올해 5월 준공된 것으로 작년, 재작년 침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강남역 일대 상습침수는 저지대인 지형적 특성 등 때문으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강남역 상습침수는 서초구가 삼성전자를 위해 무리한 허가를 내주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해 생긴 인재”라며 삼성전자 신축사옥의 지하 3~7층 주차장 일부를 우기에 임시저류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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