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사설]의사는 분명 모자란데 과잉이란 의사협의 계산법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4일자 사설 '[사설]의사는 분명 모자란데 과잉이란 의사협의 계산법'을 퍼왔습니다.

의사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정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엊그제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작성한 의사 수급 추계 보고서를 통해 현재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포함) 정원을 20%가량 늘릴 것을 주문하면서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 정책토론회에서도 의대 입학 정원을 4000~6000명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을 통해 “향후 의사 인력 공급 과잉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를 예상치 못하는 비효율적이고 근시안적인 해결책”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30년 해묵은 논쟁이 새삼 불거진 것은 의사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으로 공공의료 인력 수급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의대 입학 정원 감축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국민의 의료 이용과 요양병원, 외국인 환자 등의 증가로 의료 수요는 더 늘어났다. ‘피안성·정재영’이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이 전공의 수급 불균형 문제라든가 지방병원 기피 현상도 심화됐다. 특히 의대 여학생 비율 증가로 공중보건의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의사 수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의사협회는 전혀 다른 논리를 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이 5배 높고 국토 면적당 의사 밀도, 인구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의사 과잉’이라는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030년이면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며, 의사 밀도도 2009년 현재 OECD 회원국 중 2위로 의료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이다. 따라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보건장학의사제도나 시니어닥터 등 기존 인력의 효율적 활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 간의 이런 공방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대형병원, 수도권, 인기 과목에 의사 인력이 집중되고 의료취약지역의 사정은 더욱 열악해지는 현실을 외면한 숫자놀음일 따름이다. 민간의료가 90%가 넘는 우리 의료 현실에서 정부는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의사단체는 집단 이익을 추구하는 논리보다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맞다. 의사 증원 문제는 공공성과 지방 발전을 돕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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