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거리의 편집국장 "정수장학회로부터 독립해야 부산일보 미래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9일자 기사 '거리의 편집국장 "정수장학회로부터 독립해야 부산일보 미래 있다"'를 퍼왔습니다.
이정호 국장, 19일 민주통합당 친목모임 '민주동행'과 간담회 진행

▲ 이정호 국장은 19일 정오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내 친목 모임 '민주동행'과의 간담회에서 스스로 '거리의 편집국장'이 된 이유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곽상아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을 다룬 기사를 부산일보 지면에 실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당한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정수장학회와의 관계가 독립적이어야만 부산일보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스스로 '거리의 편집국장'이 된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정호 편집국장은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중점적으로 다룬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가 4월 대기 발령 조치를 당했으며 지난 10일부터는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편집국'을 차리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호 국장은 대기발령 징계가 끝나는 내달 18일까지 부산일보 사측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못하면 자동 해임된다.
이정호 국장은 19일 정오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내 친목 모임 '민주동행'과의 간담회에서 스스로 '거리의 편집국장'이 된 이유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민주동행'(대표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중진의원들이 제안해 만들어진 초선 의원 중심의 친목모임으로서 의원 49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정호 국장은 "부산일보 경영진이 신경쓰는 것은 오로지 '정수장학회'다. 부산일보의 미래를 생각한다든지, 장기적인 계획을 꾸린다든지, 사내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본다든지 해야 신문이 발전할 수 있는데 오로지 자신들을 임명한 정수장학회에 '충성'하는 것만 신경쓴다"며 "정수장학회와의 관계가 독립적이어야만 부산일보의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호 국장은 "끊임없이 지면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미래마저도 불안정하니, 사회환원 투쟁에 부산일보 사내 구성원들의 힘이 전폭적으로 실리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정호 국장은 부산일보 지면에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돌입 기자회견' 기사가 실렸던 작년 11월 18일의 상황을 들려주었다.
"정수장학회가 임명한 경영진들이 그 기사를 보고 아주 펄쩍 뛰었습니다. 정수장학회 말 한 마디에 자신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 난리가 난 거죠. 제가 볼 때는 공공성이 실린 기사였는데도 말입니다. 일간지는 마감이 10분만 늦어도 엄청 큰일인데, 그날 신문발행이 2시간이나 지연됐어요. 굉장히 큰 사고였지요. 그날 이후부터 저에 대한 징계절차가 돌입됐고, 이른바 '부산일보 사태'가 시작된 거죠.
같은 달 30일에도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가 기사메모로 보고되니 사장이 '싣지 말라'고 하더군요. '안 된다'고 했더니 사장이 곧바로 간부회의를 열고 신문 발행을 하루 멈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사장이 기사가 맘에 안든다고 신문 발행을 중지하다니요? 부산일보 66년 역사에서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부산일보 경영진이 정수장학회에 얼마나 예속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죠."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도 말을 보탰다. 이호진 위원장은 부산일보 노조가 지난해 11월부터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에 돌입한 배경에 대해 "정수장학회와의 관계가 독립적으로 설정되지 않으면 언론사로서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결고리는 '경영진 임명권한'인데, 좀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경영진을 임명한다면 비록 정수장학회가 정치색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산일보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부산일보가 언론으로 바로서기 위해서는 민주적 사장선임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사항인데, 경영진이나 정수장학회가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1989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일보 기자로 재직했던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1990년대는 신문산업이 상당히 호황기였고 부산일보 역시 수익을 내던 시기였는데 경영진이 신문의 미래를 내다보기 보다는 정수장학회 입만 바라보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정말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 19일 정오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내 친목 모임 '민주동행'과의 간담회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이정호 편집국장, 이호진 노조위원장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 ⓒ곽상아

이날 간담회에는 신계륜 환노위원장,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의원들은 "곧 프레스센터 앞 농성장에 방문하겠다"(신계륜) "부산일보가 몇 년 전부터 적자임에도 정수장학회에는 매년 꼬박꼬박 8억씩 기부하지 않았느냐"(김경협) "정수장학회는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임래현)라고 하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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