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평화의 섬, 강정에선 모여만 있어도 ‘채증·연행’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9일자 기사 '평화의 섬, 강정에선 모여만 있어도 ‘채증·연행’'을 퍼왔습니다.
강정인권침해조사단, “경찰 감시 일상화 돼 있다”

‘평화의 섬’ 제주, 하지만 강정마을은 경찰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강정인권침해조사단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강정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의 연행과 채증 등 감시가 일상화돼 있다”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 9월 19일 경찰청 앞에서 강정인권침해조사단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미디어스

강정인권침해조사단에 따르면 강정마을에서는 몇몇이 모여만 하고 있어도 경찰이 채증에 나서고 서 있기만 해도 폭행이 벌어지는 공안 분위기다. 법에도 보장돼 있는 1인 시위를 진행한 인권활동가가 연행됐고 신분을 밝힌 취재 기자들 역시 무차별적으로 연행되는 사례도 있었다. 공사장 정문에서 미사를 올리던 문정현 신부와 이영찬 신부·박도현 수사가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정마을의 인권침해 형태는 △육지 경찰들의 대규모 유입 이후 인권침해 급증 △경찰의 무작위 연행·기소율 45% △불구속 원칙에도 불구 7명의 인권활동가에 대한 구속조사 등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유형도 △경찰 상주로 인한 감시와 통제 △집회시위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 침해, △이동의 자유 제한 및 강제 구금 △진압·연행·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채증으로 인한 인권침해 △경찰·해군·용역의 여성에 대한 폭력 △무차별 연행의 근거인 업무방해 적용 △언론의 자유 침해 △국제 평화활동가에 대한 입국금지·강제추방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강정에서 벌써 600여명이 연행됐고 현재도 제주교도소에 7명이 수감 중”이라며 “국가사업을 하면서 연행·구속자가 이 같이 많은 경우가 없었다고 들었다. 벌금도 3억을 넘어 5억으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고권일 위원장은 “마을에서 후원금을 모금하지 못하도록 통장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며 “이게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로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지난 5월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강정은 인권의 볼모지다. 표현·종교·신체 등 모든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명숙 활동가는 “강정마을 인권침해는 육지의 경찰들이 제주로 유입되면서 급증했다. 마을 곳곳에 병력이 배치되고 채증과 연행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600여명이 연행됐지만 기소율은 45%밖에 안 된다. 사건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연행하고 보자’는 식의 공권력 남용”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무죄추정원칙에 따른 불구속수사가 기본이지만 강정에서는 주소지가 분명해도 구속수사를 하고 있다. 구속 자체를 처벌로 행사하고 있는 위법 사례”라고 지적했다.
강정인권침해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기용 경찰청장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강정인권침해 조사에 대한 경과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한 △육지경찰 병력에 대한 철수 △경찰의 광범위한 업무방해 적용과 자의적 구금·불법 사진 채증 등 위법한 법집행 중단 △삼성물산·대림산업 등 시공사 직원들과 용역업체 직원에 의한 인권침해 처벌 △집회시위와 의사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촉구했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주요 사례 축약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공사방해 이유로 천주교 신부 3명 체포”(2011년 9월 30일)“서귀포경찰서가 강정마을회에서 집회신고를 한 2건과 평화화통일을여는사람들이 신청한 1건에 대해 금지 통보”(2011년 8월 28일)“강정마을에서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이 모씨와 최 모씨에 대해 (옥외광고물의 금지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설치품 철거 요구”(2011년 9월 25일)“조현오 청장의 제주공항 도착 시간에 맞춰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해당 버스회사에 협조를 구해 공항리무진 버스가 강정마을을 경유하지 못하도록 요청”(2012년 4월 5일)“강정포구에서 사람들이 카약을 타고 나가려고 하는 것을 경찰이 막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활동가가 쓰러져 이를 보호한 한 활동가 K에 대해 경찰이 군홧발로 목과 얼굴을 세게 밟음”(2012년 2월 27일)“경찰이 강정포구 봉쇄작전 중에 주민들의 마늘밭을 밟는 사건이 벌어짐. 이에 주민은 경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소속과 이름을 물어보자 오히려 항의하는 주인을 경찰이 채증. 또, 부당한 행위를 한 경찰을 빼돌리기 위해 시민들의 팔과 다리를 꺾고 진압함”(2012년 3월 25일)“해군기지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 여성 활동가 5명을 남성 경찰들이 강제 연행. 이 과정에서 여성 활동가 상의가 벗겨짐”(2012년 3월 9일)“강정마을 풍림콘도에서 국회 제주해군기지 사업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을 기자들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KBS제주지회 김 아무개 기자를 밀고 팔로 치는 등 폭력 행사. 해당 기자는 안경이 깨졌고 타 인터넷 언론사의 카메라 후레쉬가 파손됨”(2011년 9월 6일)“국제 평화활동가들의 입국금지 건수는 총 24건으로 과거 강정을 방문했던 이들에 한한 경우도 있었음”(2012년 9월 19일)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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