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사설]‘대선 후보 안철수’의 의미와 과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9월 현실 정치에 참여할 뜻을 시사한 뒤 1년여 만이다. 의사와 기업인, 학자를 거쳐 정치인으로의 변신이다. 안 대선 후보는 출마 일성으로 대선 후보자들 간 선의의 정책 경쟁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다소 애매모호했던 화법과 달리 분명하고도 확실한 어조로 대선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 측이 기자회견장에 내건 캐치프레이즈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의 출마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민들의 소리를 들은 결론이며,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소명’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선거 과정에서부터 쇄신에 나서, 선의의 정책대결을 펼치고, 당선될 경우 다른 후보의 정책이라도 수용하는 정치를 펴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말하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다. 그것만이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가 충돌하는 지금,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는 길이라고 안 후보는 강조했다. 결국 그의 출사표는 미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들과 더불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총론치곤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각론이다. 대선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겨루는 장이다. ‘무엇’은 정답이 나와 있지만 ‘어떻게’는 각 후보의 철학과 비전, 국정운영 능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안 후보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정책 비전과 구상은 선거 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여전한 정치 냉소는 극히 우려스럽다. 그는 자신의 정치 경험 부족을 두고 “정치 경험도, 조직도,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고 말했다. 패거리 정치와 같은 구태에서 자유롭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국정운영이야말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토대로 조직·세력이 함께 펼치는 고도의 정치 행위 아닌가. ‘나홀로 후보’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의 대선 출마는 우리 정치사에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실험이다. 과거에도 한 기업인의 대권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자생적 여론이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런 만큼 안 후보로서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자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대한 갈구를 담은 ‘안철수 현상’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함에 모자람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 현상’을 토대로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그것을 정치적 실체로 응집하지 못할 경우 과거 대선에서도 보았듯이 일과성 바람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안철수 현상’이 이번 대선 판도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는 안 후보 개인의 성패를 넘어선다. 그의 도전이 한국 정치에 던지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