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론스타 투자자소송은 ‘협정 허술’ 탓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0일자 기사 '론스타 투자자소송은 ‘협정 허술’ 탓'을 퍼왔습니다.

ㆍ페이퍼 컴퍼니 혜택 부인 조항, 벨기에 등과 맺은 협정에 빠져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을 내세워,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한 것은 한국 정부가 투자보장협정을 허술하게 맺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협정 상대국 내 기업이라도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서류상의 회사(페이퍼 컴퍼니)라면, 협정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혜택의 부인(Denial of Benefits)’ 규정이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19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혜택의 부인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협정 당사국이 아닌 제3국의 사람이 소유 또는 통제하고 있으면서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면 한국은 혜택을 부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혜택의 부인 규정을 뒀더라면 론스타가 벨기에 자회사인 LSF-KEB 홀딩스를 앞세워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국세청은 LSF-KEB 홀딩스를 조세회피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로 보고 있다. 벨기에는 해외 주식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등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1974년 체결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2006년 개정하면서 혜택의 부인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결국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문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과 체결한 모든 투자보장협정에 혜택의 부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페이퍼 컴퍼니가 국적을 ‘세탁’해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서둘러 투자보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핀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독일과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에는 협정 상대국에 주영업소 소재지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페이퍼 컴퍼니를 걸러낼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입법조사처는 ‘제2의 론스타 투자자-국가소송 제소’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을 개정해 혜택의 부인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고, 투자자인 기업 또는 법인의 개념과 투자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실적, 페이퍼 컴퍼니 현황, 조세피난처 여부 등을 감안해 투자보장협정 개정협상 대상국을 선정하기 위한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2009년 이후부턴 혜택의 부인 등 페이퍼 컴퍼니의 투자자-국가소송 제소 방지장치를 보완한 투자보장협정 표준문안을 마련해 이를 기초로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해왔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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